추억의 포니, 스쿠프, 르망은 지금 어디에
[데일리카/OSEN=하영선 기자] 요즘 텔레비전에는 현대차가 자랑하는 대형 세단 ‘그랜저’ 광고가 나온다. 1986년 처음으로 출시한 1세대 모델부터 신형 5세대에 이르기까지 그랜저의 기술력 변화 등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뿌듯하다. 현대차에 대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현대차는 그러나 이번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서울 장한평 등 중고차 시장에서 꽤나 발품팔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가 불과 25년 전에 만든 구형 그랜저가 지금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한햇동안 총427만2000대(해외 현지생산 제외)의 자동차를 생산, 중국(1826만5000대)과 일본(962만6000대), 미국(773만8000대), 독일(590만6000대)에 이어 6년 연속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도 자동차 선진국에 본격 진입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직접 제작했던 오래된 자동차를 볼 수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 없다는 것이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도요타, 닛산, 혼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웬만한 자동차 브랜드는 모두 박물관을 소유하고 있다. 불과 40년 역사를 지니고 있는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코브라(Cobra) 브랜드도 박물관이 있다. 이들 박물관에는 평일이나 주말을 이용해 가족단위로 이 곳을 찾는 방문객으로 넘쳐난다. 수십년이 지난 차량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가 하면, 엠블렘이나 티셔츠, 모자 등 기념품을 사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자동차 문화가 싹튼다.
물론 국내에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로 만든 ‘삼성교통박물관’이나 제주도의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생산된 국산 모델은 거의 없다. 대부분 유명 외제차만 전시해놨기 때문에 추억의 ‘포니’나 ‘스텔라’, ‘스쿠프’, ‘티뷰론’, ‘콩코드’, ‘엘란’, ‘칼리스타’, ‘코란도’, ‘티코’, ‘레간자’, ‘르망’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오래된 국산차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불과 수 년 전만하더라도 현대차 등 국산차는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디자인이나 특히 품질면에서 해외 경쟁 브랜드에 비해 수준 이하로 치부당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으로 국산차의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는 점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 업체들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선진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된 오래된 국산차를 살펴 보면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동차 문화가 발전하면, 결국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박물관 부지를 마련하거나 건물을 별도로 짓기 위해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각 업체의 공장이나 본사 건물 1층에 홍보관을 마련하거나, 기존 홍보관을 리모델링 한 후, 박물관으로 전환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국산차 업체를 이끌고 있는 경영자들의 마인드에 달려있다.
ysha@dailycar.co.kr/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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