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4.18 16: 41

시사콘서트 공연 기획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이브닝신문/OSEN=백민재 기자] 탁현민은 우리 시대 가장 잘나가는 문화 게릴라다. 교수이자 공연 기획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1월부터 매월 ‘탁현민의 시사콘서트’를 연다. “감성적인 음악과 지성적인 강의와 야성적인 잡설이 감동의 뒤통수를 어루만져주는 버라이어티 시사 토크쇼”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음악과 사회적 담론, 농담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다.

 
사회·정치 얘기를 거부하는 20∼30대에 고함
‘탁현민의 시사콘서트’는 후불제 공연이다. 공연을 본 후, 자신이 내고 싶은 만큼 관람료를 낸다. 단, 미리 예약은 해야 한다. “일단 놀랐다. 사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을 지 몰랐다. 예약을 받기 시작하면 보통 1주일 안에 끝난다. 그만큼 사람들이 시사, 정치, 사회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는, 예약해 놓고 오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또 놀랐다(웃음). 관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만약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후 공연은 못했을 것이다.”
사회 문제나 정치는 20~30대가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다. 탁 교수는 “사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목인데, 그 말을 하려고만 하면 재미없어 한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고.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자살하는 것을 봐도 그렇고. 학교와 선생들이 아이들을 점점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사콘서트’는 결국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지 않게 풀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문화나 예술이 가져야할 몇 가지 소명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소명은 세상을 그럴 듯하게 바꿔나가는 것이다.”
네 번째 콘서트는 4월23일에 열린다. 강산에와 이한철, 킹스턴루디스카, 일단은준석이들이 출연한다. 무대는 서울이 아닌 강원도 춘천이다. 하필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 그는 “공연의 취지는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다.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생기는 것이니까. 물론 MC로서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이야기 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의 취지는 봄이고, 춘천이고, 사랑하자는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상업적 실패? 멋있고 좋기 때문에 하는 것
지금까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대인 김광수연구소 부소장,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등이 강연자로 콘서트에 올랐다. 모두 탁 교수가 직접 전화를 해서 섭외한다.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분인데 섭외를 못한 적은 없다”고 말한 그는 “기회가 된다면 신경민 앵커나 수경 스님 같은 분을 섭외해 보고 싶다.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 모범적인 분들 중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분들이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춘천에서는 강사가 없는 대신 이외수 작가와 선대인 부소장, ‘시사in’ 고재열 기자, 음악평론가 김작가 등이 게스트로 등장한다. 고 기자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계속 오해를 한다.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연을 같이 하는 이유는 자꾸 날 따라오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말이 좋아 후불제 공연이지, 공연 수익은 보잘 것 없다. “상업적 실패는 당연한 것이었다.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적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공연을 하는 이유는 명료했다. “멋있고 좋기 때문”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TV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석학들과 구라쟁이들을 돈 안내고, 혹은 내가 느낀 만큼만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권위에 대해 본능적으로 구토를 느낀다
그는 어릴적부터 공부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사람 취급을 못 받았단다. “난 다른 분야에 재능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인성, 감성, 지성이 다 평가됐다. 반에서 꼴찌도 여러 번 했다. 시험 안 본 날도 많고.”
대학시절부터 운동권이었던 그는 졸업 후 참여연대에 일하던 중 우연히 공연 기획을 맡게 됐다. “1999년쯤 우연히 자우림과 이은미의 공연을 기획하게 됐는데, 처음부터 남들보다 잘 했었다. 내 안의 재능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와 노무현재단 출범 콘서트 ‘파워 투 더 피플’을 연출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연을 기획하고, tvN ‘시사랭크쇼 열광’에 고정 패널로도 출연 중이다. “지금은 방송이 제일 재미있다. 해보지 않았던 것이니까. 대중문화 관련 책도 1년에 한 권 씩은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원래 모험이나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다.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생각해보면, 권위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권위를 부정하고 싶어 하고, 그 누구든 재수 없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권위를 통해 뭔가를 하려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구토감이 있다.”
 
‘나는 가수다’ 윤도현, 썩 감동적이지 않아
탁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가 장르의 편중이 심하다고 말한다. “문화적으로 행복한 사회는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은 사회”라고 정의했다. 화제가 된 MBC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내놨다. “나는 그 경쟁 구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엎어질 정도의 문제는 아니며, 수정되고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김재철 사장이다. 가장 공정해 보이지 않는 MBC 사장이 그나마 공정해 보이는 김영희 PD를 자른 것이니까.”
그의 시각에서는 윤도현의 무대도 특별하지 않다. “내가 윤도현과 공연한 게 적게 잡아도 100번은 넘는다. 난 더 멋진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썩 감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는 공연이나 음악을 방안에서 TV로 즐기려는 못된 태도가 있다. 그게 무슨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라. 영화를 집에서 보면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감동이 떨어진다. 음악도 똑같다. 나의 편의성 때문에 TV에서 가수를 보기 원하지만, 결국 그게 전체적인 콘텐츠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다.”
nescafe@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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