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을 미덕으로 삼던 때가 있었다. 최소비용·최대효과라는 경제원칙도 있다. 그런데 잘못 알려진 게 있다. 최소비용·최대효과는 희소성의 법칙에서 출발한다.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해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한 경제행위로 희소성의 원칙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무조건 줄이고, 허리띠 졸라매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2011년 프로야구는 시즌 초반부터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650만 관중을 향해 폭발적인 인기 몰이를 시작한 프로야구에 전력 양극화는 가장 위험한 덫이다. 이제 13경기를 치렀는데 1위와 8위의 격차가 벌써 7경기나 된다. 6할대 승률팀이 2팀이나 있지만 4할대 미만도 3팀이나 있다. 이제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의 9.8%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지만 초반부터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G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를 너무 많이 해서 탈이 난 케이스다. 포지션 중복은 지금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 전에는 역대 최고 트레이드 머니에 해당하는 25억원을 투자해 국가대표 외야수 이택근을 잡아왔고, 외국인선수 스카우트에도 매우 공격적이었다. LG에서는 절대 부정하고 있지만 '162km 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의 몸값을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한 야구인은 "LG가 투자를 많이 했다. 이제는 성적이 날 때가 됐다"고 했다. 어쨌든 지금 LG는 2위(8승5패)다.

KIA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15일 KIA 구단은 광주광역시와 야구장 건립 투자 협약식을 맺었다. 지하 3층 지상 3층으로 2만5000석의 개방형 천연잔디 구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총 공사비용이 약 1000억원인데 KIA가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10월에는 전남 함평군의 2만4000평 부지에 2군 전용연습구장 신축 첫 삽을 떴다. 내년 5월 완공 예정인데 150억원을 투자했다. 이뿐이랴. 올초에는 공식비용 총 21억9000만원으로 이범호를 잡아왔다. 이범호는 지금 타점 부문 전체 1위(16점)다.

이범호를 보면 누구보다 속쓰릴 구단이 있다. 바로 전 소속팀 한화다. 한화는 이범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9차례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KIA로 넘어가는 것을 봐야 했다. 이범호가 누구보다 절실한 팀은 한화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화는 절박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베테랑 선수들마저 포기했다. 젊고 강한 팀이라는 슬로건을 펼쳤으나 젊기만 할 뿐 아직 강하지 못하다. 그걸 현장에게만 탓할 수 없다. 감독은 좋은 재료를 갖고 좋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재료를 만드는 건 프로감독의 몫은 아니다. 한대화 감독의 역할은 요리사이지 마술사가 아니다.
한 야구인은 "구단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선수를 돈으로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두산은 지금까지 외부 FA 영입이 한 명도 없었지만 경기도 이천의 2군 전용연습장 베어스필드를 통해 화수분 야구를 구축했다. 롯데도 2007년말 2군 전용연습장 김해 상동구장이 완공된 이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팀은 젊어졌다. 한화는 FA 영입은 물론 2군 전용구장 건설도 지지부진하다. 한대화 감독은 "내가 올 때만 해도 약속된 일인데…"라며 난감해 했다.
미국의 최고 경영가였던 잭 웰치는 "칭찬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지갑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단 경영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프로야구단도 이제는 제대로 된 경영을 해야 한다. 야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스포츠라서 지금 성적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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