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의 이유가 증명됐다.
한화 7년차 우완 장신투수 양훈(25)은 올해 선발진에 진입했다. 지난 몇년간 꾸준히 구원으로 활약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부쩍 좋아진 구위를 바탕으로 선발테스트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비교적 안정감있는 내용을 보이며 당당히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첫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 9일 대전 LG전에서 올해 첫 선발등판을 가졌으나 1⅓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첫 선발등판부터 선발패를 떠안았다. 2회 1사까지 총 투구수가 58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대화 감독은 "좋은 공을 갖고도 자신있게 던지지를 못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 자신있게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한 번 더 선발 기회를 줬다.

양훈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5⅔이닝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하며 KIA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올해 한화 선발 투수의 첫 퀄리티 스타트도 가능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아쉽게도 마무리 오넬리 페레즈가 승리를 날려버렸다. 그럼에도 양훈은 강판된 오넬리의 머리를 감싸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오넬리도 그러고 싶었겠나"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승패를 떠나 이날 투구 내용이 아주 좋았다. 특히 탈삼진을 6개나 잡아냈는데 지난 2008년 5월14일 대전 KIA전 이후 개인 한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이었다. 최고 143km 직구가 높은 신장에서 내리꽂힌 가운데 체인지업이 잘 구사됐다. 양훈은 "그동안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이 효과를 본 것 같다. 제구가 생각보다 잘 됐다"고 말했다. 종전 커브와 슬라이더 위주로만 던졌던 양훈에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큰 효과를 봤다. 탈삼진 6개 중 4개가 체인지업으로 잡은 헛스윙 삼진이었다.
한대화 감독도 양훈의 피칭에 대해 만족해 했다. 한 감독은 "원래 공이 좋다. 자신있게 승부하니까 된다"고 말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스프링캠프에 조금 늦게 합류해 몸이 아주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양훈은 "다음 경기에서도 잘 던져야 진짜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훈의 다음 등판은 오는 21일 대전 롯데전이다. 양훈의 마지막 선발승은 지난 2008년 4월26일 대전 두산전. 당시 양훈은 6이닝 7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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