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롯데 타선은 왜 그러는거야?".
2011년 프로야구 초반. 최대 이변 중 하나는 롯데 타선의 부진이다. 시즌 전 롯데 타선은 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팀들은 모두 롯데 타선에 대해 극한의 공포심을 가졌다. 지난해 롯데는 팀 타율(0.288)과 홈런(185개) 모두 1위에 올랐으며 팀 득점도 경기당 평균 5.8점으로 독보적인 1위였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도 역대 3번째로 높은 득점에 해당했다. 이대호는 최초의 타격 7관왕 위업을 세웠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기루처럼 롯데 타선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 시즌 13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팀 타율(0.232)·출루율(0.311)·득점(49점) 6위에 홈런(5개)·장타율(0.326) 최하위로 추락했다. 마운드도 확실한 안정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타선 부진은 치명타였다. 지난해 압도적이고 독보적이었던 롯데 타선이었기에 갑작스런 부진에 야구인들은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함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시즌 전 우려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양승호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타격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믿을 게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지난해 타자들이 너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최고의 시즌을 다시 보내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대호와 홍성흔은 괴물 같은 시즌을 보냈고, 전준우와 손아섭처럼 깜짝 활약을 한 타자들도 있었다. 지난해 타선에는 호재라는 호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도 그런 시즌이 찾아오리란 보장은 없었다.
롯데는 타선으로 승부하는 팀이다. 지난해 롯데는 5회까지 뒤진 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식한 게 11차례나 있었다. 양승호 감독은 패전처리조라는 대신 롱릴리프라는 말로 모든 투수들에게 동기를 부였다. 웬만한 점수차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타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5회까지 뒤진 8경기에서 7패에 무승부만 1번 있었을 뿐이다. 한 번도 타선이 시원하게 뒤집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루 자체를 하지 못하니 작전도 드물다. 희생번트가 5개로 가장 적다.
선수 개개인으로 봐도 이대호(0.360)·강민호(0.333)를 제외하면 규정타석 3할 타자가 없다. 홍성흔(0.260)·전준우(0.239) 등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들도 아직은 잠잠하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꾸준한 활약을 한 조성환(0.196) 김주찬(0.208)이 깊은 부진에 빠졌다. 기대를 모은 이승화(0.000)·이인구(0.143)·문규현(0.182) 등도 정작 시즌 개막 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손아섭의 1군 복귀가 머지 않았지만 아직 장담을 못한다. 에버리지 있는 선수는 이대호와 강민호 뿐이다.
롯데는 19~21일 대전구장에서 한화와 원정 3연전을 갖는다. 롯데로서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7.23)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우리랑 만난 팀은 타율이 쑥쑥 올라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한화와 가장 많은 5경기를 치른 KIA는 현재 팀 타율(0.304)·홈런(10개)·득점(85점) 모두 1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규모가 가장 작은 대전구장은 타자친화적이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는데 한 번쯤 터질 때도 됐다. 최적의 조건이다. 지난 17일 잠실 LG전에서도 롯데는 4-1로 승리하며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10경기 만에 규정이닝 10안타 경기를 펼치며 타선의 부진 탈출 기미가 엿보였다. 양승호 감독은 "공격력이 살아나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한화전에서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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