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이 세다.
외국인 투수들이 프로야구 마운드를 점령하고 있다. 19일 현재 평균자책점 10걸 중 6명이 외국인 투수들로 채워져있다. 특히 2~5위는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투구이닝도 1~4위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고 있고,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6위가 외국인 투수다. 외국인 투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역대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외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역대를 통틀어 외국인 투수 바람이 가장 거셌던 해는 2002년이었다. 그해 규정이닝을 채운 외국인 투수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외국인 투수도 6명이나 됐다. 다승 1위를 마크 키퍼(KIA·19승)가 차지했고, 평균자책점 1위를 나르시소 엘비라(삼성·2.50)가 차지했다. 이들의 활약은 팀성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키퍼와 다니엘 리오스가 활약한 KIA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엘비라가 버틴 삼성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 수 있었다.

시기적으로는 2006~2007년이 외국인 선수 시대였다. 2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고,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외국인 투수가 6명씩 나왔다. 특히 2007년 리오스(두산)는 외국인 투수 중 처음으로 MVP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맷 랜들(두산) 제이미 브라운(삼성) 등이 꾸준하게 활약했다. 이후부터 외국인 선수는 타자보다 투수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2009년 KIA는 아퀼리노 로페즈-릭 구톰슨 듀오를 앞세워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로페즈는 외국인 투수로는 두 번째로 골든글러브를 탔다.
올해는 그 이상으로 강력한 외풍이 불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로페즈는 3경기에서 23이닝을 소화하며 3승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 중이다. 다승-투구이닝 1위에 오른 가운데 평균자책점 2위에 랭크돼 있다. 팀 동료 트레비스 블랙클리도 1승 평균자책점 1.80에 탈삼진 20개(2위)로 호투 중이다. 더스틴 니퍼트(두산)도 3승 평균자책점 1.59로 다승 1위와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있다. 브랜든 나이트(넥센)도 1승2패지만 평균자책점은 1.77로 4위다. 벤자민 주키치(LG)와 게리 글로버(SK)도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외국인선수 16명 중 14명이 투수인데 이 가운데 조기퇴출된 라몬 라미레즈(두산)를 제외한 나머지 13명은 아직 입지가 안정된 편이다. 고비가 있었던 짐 매그레인(SK) 카도쿠라 켄(삼성) 오넬리 페레즈(한화) 등도 재신임받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 선수들이 벌써부터 투수 기록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투수 쏠림 현상의 이유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은 곧 시즌 전체 판도를 좌우할 거대 변수로 떠올랐다. 외국인 투수 활약에 웃고 우는 시대가 된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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