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보통 남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20대 초반인 배우 박하선, 그는 “오늘 죽어도 후회는 없다”고 자신한다.

19살에 데뷔해 2010년 MBC 드라마 ‘동이’로 ‘단아인현’이란 국민적 애칭을 얻기까지 매일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없기 때문이다.
박하선은 단아한 이미지의 외모와는 다르게 털털한 성격을 가진 욕심 많은 배우다.
그는 누구나 얼굴을 알아보는 스타 반열에 오르고도 민낯으로 모자 하나만 쓴 채 명동 거리를 활보한다. 택시보다는 사람들과 부딪치며 호흡할 수 있는 버스, 지하철을 더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코인 야구장을 찾는다.
배우 박하선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오래 하고픈 욕심에 클라이밍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청순가련 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고도 대중에게 더 다채로운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해 노심초사한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그래서 박하선에게 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유부남하고 사랑에 빠진 장녀 역할을 맡았다. 일단 ‘동이’의 인현왕후 때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드라마 동이에선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엄마 같은 여성이었지만 이 영화에선 진짜 여자로 나온다. 그런 면이 많이 부각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젊은 역할, 팜므파탈 역을 하고 싶다”
직장 선배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가정에는 소홀한 장녀 역으로 과감한 키스 장면은 물론, 등이 모두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섹시 미까지 발산한 박하선은 그 무엇보다도 이번 영화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동이 이후 ‘넌 사극만 해라’란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얌전하고 조용한 이미지도 좋지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영화 ‘세상에서....’에서 박하선이 맡은 캐릭터는 배우가 아닌 진짜 박하선과도 많이 닮았다. 밖에서는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말도 사근사근하게 잘하지만, 집에 오면 무뚝뚝하고 짜증 잘 내는 맏딸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참고 인내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쟁취하는 스타일이다.
“가족은 가족이란 이유로 서로에게 더 소홀하고, 더 냉정해 질 수 있는 사이다. 나 역시 영화를 촬영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영화 시사회 때 울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중반부터 울기 시작했다. 영화가 잘 나온 만큼 많은 관객들이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박하선은 “조금 욕심내서 100만 이상의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연기 욕심에 이어 흥행 욕심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열심히 촬영한 작품에 대해 소탈하게 때론 거침없이 말을 잇는 박하선은 여리고 청순한 소녀라기보다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커리어우먼 같았다.
세상에 자신을 내보일 때를 위해 묵묵히 준비하는 박하선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백조 의상을 입고 막 도약하려하는 발레리나의 거친 발과 닮았다.
tripleJ@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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