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투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굳건했다.
한화 2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0)이 독수리 군단의 선발 요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안승민은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했다. 특히 탈삼진 8개는 개인 한 경기 최다기록이었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만 해도 한화가 1점 리드 중이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태. 그러나 야속하게도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안승민의 승리도 날아갔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직전등판이었던 지난 13일 문학 SK전에서도 안승민은 5이닝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리를 날린 바 있다. 2경기 연속으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아직 어린 투수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일. 하지만 안승민에게서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처럼 "그럴 수도 있다"며 태연한 표정이었다.

2경기 연속 승리를 날린 안승민은 경기 후 "실망하거나 속상한 건 전혀 없다. 다음 경기가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실망할 시간에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나간 결과는 그 순간 잊어버리고 앞만 보고 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지금처럼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안승민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올해 한화 토종 투수 중 첫 퀄리티 스타트였다. 특히 직구 구속이 최고 147km까지 찍힐 정도로 빠르고 힘이 있었다. 하지만 안승민은 신경쓰지 않았다. "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 빠르게 나올 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스피드보다 제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안승민의 볼넷은 단 1개. 올해 9이닝당 볼넷도 2.6개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도 3.18로 끌어내렸다.
이날 안승민은 5회부터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제대로 공을 챌수 없는 상황에서도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지난 2차례 선발등판에서 5이닝만 던졌던 그는 포수 신경현과 약속대로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마운드에서 안정감은 웬만한 베테랑 투수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선수 씨가 말랐다는 한화에서 안승민은 하늘이 내려준 보물과 다름없다. 한화는 최소 10년 넘게 마운드를 책임질 차세대 에이스를 발굴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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