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2년차 징크스인가.
지난해 롯데는 호재가 많은 팀이었다. 투타의 대표적인 호재가 바로 사이드암 투수 이재곤(23)과 우타 외야수 전준우(25)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이 기대이상으로 활약하며 롯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난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이재곤과 전준우의 팀 공헌도가 높았다. 그런데 주력 선수로 실질적인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올해 나란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재곤은 지난해 22경기에서 1차례 완투 포함해 8승3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가 10차례나 됐고,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건 3차례밖에 없었다. 그만큼 기복이 적고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는데 3경기 모두 5회도 못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활약으로 높아진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생각의 차이에서 이유를 찾았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작년에는 포수 사인대로 던졌는데 올해는 고개를 가로젓는 일이 많다"는 게 양 감독의 말이다. 이어 "이재곤은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아니다. 맞춰잡는 피칭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지 스스로 해결하려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재곤에게 "마운드에서 포수 사인을 거부하면 안 올리겠다"며 나름의 처방전도 내렸다.
'호타준족' 전준우도 아직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전준우는 지난해 롯데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114경기에서 타율 2할8푼9리 19홈런 57타점 16도루로 펄펄 날았다. 보여지는 기록 이상으로 승부처에 강한 클러치 히터였다. 타격뿐만 아니라 외야수비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올해는 3루수로 나오다 다시 외야로 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14경기에서 타율 2할4푼에 홈런없이 5타점 1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양승호 감독은 "타격 타이밍이 늦다. 그래서 레프트로 가지 않고 라이트로만 타구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준우는 좌측으로 당겨친 안타가 62개로 우측으로 밀어친 안타(19개)보다 월등히 많았는데 올해는 좌전안타(6개)와 우전안타(4개)의 비율이 비슷해졌다. 타격 밸런스가 맞지 않다 보니 전준우 특유의 호쾌한 타격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 감독은 "지난해만 보면 올해는 20-20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야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깜짝 전력이었던 이재곤과 전준우는 올해 롯데의 확실히 계산된 전력이다. 이재곤은 선발진의 한 자리를 지켜야 하고, 전준우는 카림 가르시아가 빠진 자리를 메워야 한다. 두 선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롯데도 힘들어진다. 1년 만에 그들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져있다. 이재곤은 20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한다. 4번째 선발등판에서 류현진과 첫 승에 도전한다. 전준우도 변함없이 7번타자 중견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하다. 이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양 감독은 "결국 야구는 아무 생각없이 해야 잘 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부담감에 눌리거나 생각이 많아지기보다는 편하게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차 징크스 극복 방법으로 무념무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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