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준, 충무로가 기대하는 새로운 ‘씬스틸러’[인터뷰]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4.20 14: 09

[OSEN=이혜진] 배우 유하준이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 중 살벌한 눈빛으로 마구잡이식 구타를 일삼는 그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긴다. 순박한 산골 주민들을 제압하는 깡마른 인민군으로 변신한 유하준은 새까맣게 탄 얼굴처럼 평화로운 마을에 까만 그림자를 드리우며 관객의 숨을 조인다.
그는 선량한 농민들을 대상으로 악행만 일삼는 것 같지만 단순한 악역에 머물지 않는다. 후반부에서 영화를 뒤집는 반전의 인물로 돌변해 어찌 보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의 묘미를 던져주는 인물로 거듭난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때 이 배우의 진가가 드러난다.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은 배우, 유하준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유하준은 2003년 영화 ‘써클’로 데뷔한 이래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수 십 편의 작품을 찍었다. 수 년 간 단역, 조연을 거치며 진짜 배우로의 성장통을 겪은 그는 숱한 시행착오와 작품, 캐릭터에 대한 욕심에 불면의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통렬한 고민의 시간을 잘 견뎌낸 덕분일까. 그는 이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서, 작품을 찍지 못한다고 해서 조급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찾아올 작품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저 배우들은 연기하고 있는데 나는 왜 집에 있을까. 고민 많이 했죠. 1년 동안 연기를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좀 덤덤해진 것 같아요. 이젠 저 캐릭터가 내 역할이면 반드시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주면에서 아무리 많은 도움을 줘도 안 되는 건 안 되고, 되는 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서 정신적으로 풍요로워 졌어요. 그래서 ‘적과의 동침’도 열심히 찍을 수 있었죠.”
유하준은 많은 작품을 찍기보다 자신이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집착한다.
  
“가족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소대장이란 인물은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오히려 사람들을 적대시해요. 이 캐릭터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나를 나쁘게 보든 좋게 보든 그런 건 상관없어요. 악역이라도 그 안에 숨겨진 진정성을 관객이 알아준다면 어떤 연기든 하고 싶어요.”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자칫 거친 악역으로 머무를 수 있었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을 보여준 유하준. 작품에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그의 단호함은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유하준은 강인한 인상의 외모와는 달리 촉촉한 초콜릿쿠키 같은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감성을 깨우기 위해 순정만화를 읽고, 소주 반병에 취할 만큼 술도 약하다.
차갑고 강렬한 외모와 이미지 때문에 손해 보는 게 없지 않을 것 같지만, 역시 배우는 배우다. 이 이미지를 잘 살려 극한까지 치닫는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이번 역을 위해서도 7kg이나 감량하는 '독기'를 발휘했다. 그러면서도 유하준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덧붙였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기보다 기억되는 배우,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바람은 오래지 않아 현실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triple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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