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근우(29, SK 와이번스)는 1회 첫 타석만 1번 타자다. 두 번째 타석부터는 4번 타자, 아니 홈런타자다.
정근우는 20일까지 14경기에 출장 3할9푼1리의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20안타 가운데 홈런이 무려 4개나 되며, 2루타도 5개나 된다. 안타 절반 가량이 장타다. 배트 무게는 860g 밖에 나가지 않지만 치면 장타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장타율도 7할이 넘는다. 2위 조인성을 1할 이상 앞서며 부동의 장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정근우는 "요즘 저도 깜짝 깜짝 놀라고 있다"면서 "야구 시작하고 득점보다 타점이 많은 적은 처음이다. 실제로 정근우는 타점은 11개, 득점은 10점이다.

전날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를 상대로 2루타만 3개나 뽑아낸 정근우는 특히 154km 직구를 통타한 것에 대해서 스스로 "잘 치네"라고 말하며 오랜만에 입담을 풀었다.
그러나 정근우에게도 걱정이 있었다. 그는 "그나저나 오늘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데…"라며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돌변했다. 이유가 있었다. 정근우는 "에이스(김광현)에게 꼭 승리를 챙겨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다"면서 "광현이가 승수를 쌓아야 팀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광현이 3회 또다시 3실점하며 끝내는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면서 정근우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만 기록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3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고 사사구를 4개나 내주며 6실점(3자책)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특히 김광현이 1회 3실점하며 흔들리자 정근우는 다시 1-3으로 뒤지던 2회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 전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정근우의 후배사랑, 그리고 에이스에 대한 각별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챙겨주지 못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정근우는 이날도 홈런 포함 2안타 맹타를 쳤지만 활짝 웃지 못한 밤이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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