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동국(32, 전북)의 발 끝에서 골이 터졌다. 역시나 해결사였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골을 만들어냈다. 이동국의 골은 소속팀 전북은 물론 K리그의 자존심도 살렸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 현대는 지난 20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4차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이동국의 활약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지난 오사카 원정에서 당한 0-1 패배를 설욕하며 조별리그 3승 1패를 기록, G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전북은 남은 2경기서도 승리를 차지해 조 1위를 지켜내겠다는 생각이다.

조 1위를 노리는 두 팀답게 박빙의 대결이었다. 세레소는 J리그 특유의 중원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의 우위를 점하려 했다. 이에 전북은 전방에서부터 압박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래서인지 전방으로 들어가는 깔끔한 패스는 나오지 않았다. 치열한 중원에서 볼다툼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 팀 모두 기회는 있었다. 그렇지만 골키퍼 염동균(전북)과 김진현(세레소)은 상대 공격수들의 골에 가까운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양 팀 골키퍼들의 선방에 공격수들은 아쉬움에 머리를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듯했다. 무승부가 될 경우 조 1위는 여전히 세레소가 되는 것이었다. 전북에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모든 승부수를 투입했다. 강승조 로브렉 정성훈 등 공격자원을 총 투입했다. 늘어난 공격수들 때문에 세레소 수비수들의 이동국에 대한 견제는 순간 느슨해졌다.

이동국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내내 상대 수비수 두 명이 애워싸는 바람에 고립이 되다시피 했던 이동국은 자신의 견제가 풀리자마자 골을 넣었다. 후반 32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로브렉의 크로스를 바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조 1위 유지를 눈 앞에 두던 세레소로서는 절망적인 골이었다.
이동국의 결승골에 전북은 승리를 차지하며 조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전북-세레소전은 ACL 조별리그 4차전에서 K리그가 J리그에 승리를 거둔 유일한 경기가 됐다. 나머지 경기서 수원 삼성은 가시마 앤틀러스와 1-1로 비겼고 FC 서울은 나고야 그램퍼스에 0-2, 제주 유나이티드는 감바 오사카에 1-3으로 패했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 대해 "정규리그는 물론 훈련 때도 몸 상태가 상당히 좋다. 오히려 자제시킬 정도다. 두 명의 중앙 수비수가 파울성 강하게 나왔는데 그런 부분을 싸워 이겨내줬다. 결승골도 넣었지만 그런 점서 잘 해줬다"며 칭찬했다. 즉 이동국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동국은 근래 '물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달 20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2골로 시즌 첫 득점을 신고하더니 4월 2일 서울전에서 1골, 16일 광주전에서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어느덧 득점 랭킹 4위, 도움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이동국의 활약에 전북도 최상위권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동국은 누구나 아는 K리그의 대표 골잡이다. 그만큼 이동국에 대한 상대팀들의 견제는 매우 심하다. 그런 견제를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전북으로서는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덧 30대 초반에 들어선 이동국이지만 20대의 어떤 선수보다 뛰어난 그의 활약에 전북 구단과 팬들의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