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승리 후에도 조명은 꺼지지 않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21 11: 05

지난 20일 대전구장. '괴물 에이스' 류현진이 부활한 한화는 롯데를 4-2로 꺾고 오랜만에 웃었다. 곧이어 관중들이 빠져나가고 경기장을 밝혔던 조명이 하나둘씩 꺼졌다. 환호로 가득했던 경기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얼마 후 정적을 깨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반쯤 켜진 조명아래 몇몇 한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경기장에 남아 야간훈련을 한 것이다. 코치들은 없었고 몇몇 선수들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퇴근을 미뤘다. 그들은 대신 방망이를 집어들었다.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된 이양기는 "비주류들만 남아서 나머지 훈련하는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4번타자 최진행도 었었다. 그리고 지금 한화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따로 없다. 백승룡은 "팀이 이겼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날 데뷔 후 처음으로 4번타자에 기용된 신인 김용호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훈련밖에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4년차가 됐지만 아직 어린 오선진도 선배들을 따라 나머지 훈련을 자청했다.
신고선수에서 2군 타격왕이 돼 정식선수가 된 이여상도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이여상은 "너무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타격에서 되지 않은 걸 만회하려다 보니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저지른 송구 실책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집에 일찍 들어가 봤자 뭐 하겠나. 오늘처럼 경기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조금이라도 더 훈련하는 게 났다"고 의지를 보였다.

올해 한화를 두고 "선수가 없다"는 지적이 난무하고 있다. 상대팀 감독들도 "한화는 선수가 너무 없다"며 한대화 감독을 위로할 정도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약할 뿐"이라고 했다. 그들의 기량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한화는 아직 젊다. 강한 팀은 아니지만 미래가 있다. 승리 후에도 꺼지지 않은 조명아래 선수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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