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좀 받았습니다".
21일 대전구장.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롯데 외야수 홍성흔(34)은 터지지 않는 방망이 때문에 고민이었다. 그래도 그는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생긴 모습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특급' 박찬호(38)의 위로 전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홍성흔은 "오늘 아침 (박)찬호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뭐가 그렇게 안 되냐'라고 말하더라"며 "그래서 '형, 기 좀 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홍성흔에게 "너무 부담 갖지 마라. 잘 하려는 부담감 때문에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억지로라도 즐겁게 고마운 마음으로 하라"는 덕담을 건넸다. 홍성흔은 "그렇게 직접 전화까지 해줘서 고맙더라. 감동받았다. 나도 형한테 화이팅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롯데는 심각한 타선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5경기 중에서 2득점 이하 경기가 절반에 가까운 7차례나 되며 3득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8경기. 팀 타율은 7위(0.227)까지 떨어졌고, 팀 득점도 평균 3.5점으로 전체 6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무려 185개나 터졌던 홈런은 15경기에서 겨우 5개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홍성흔도 15경기에서 58타수 16안타 타율 2할7푼6리에 홈런은 없고 6타점만 올렸다.
홍성흔은 "어제 경기가 끝나고 양승호 감독님과 함께 밥을 먹었다. 감독님께서 '팀에 뭐가 문제 있느냐'고 하셨는데 내가 보기에는 불신 같은 건 전혀 없다. 문제가 하나있다면 너무 잘 하려는 마음 하나 뿐이다. 선수라면 누가 지고 싶겠나. 특히 롯데 선수들은 더 그렇다. 잘 하려는 부담감에 몸이 경직돼 있다. 너무 급하면 안 된다. 감독님께도 '우리가 못하는 것이다. 잘하고 싶은데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성흔은 "찬호형 기를 받았으니 오늘 잘되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찬호형이 (이)승엽이한테 전화해서 위로 좀 하라고 하는데 내가 어디 누구를 위로할 처지인가"라며 껄껄 웃었다. 웃음 속에서도 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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