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거 너무 강조되면 안 되는데. 너무 그러면 내가 꼭 날짜를 골라서 나오는 사람 같잖아".(웃음)
아내의 생일. 남편은 기대에 부응하는 쾌투를 펼치며 마운드의 로맨티스트가 되었다. '써니' 김선우(34. 두산 베어스)가 아내의 생일날 무실점투를 선보이며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김선우는 21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로 등판해 6회까지 피안타 없이 노히트 노런 피칭을 펼치는 등 7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시즌 2승 째(1패)를 따냈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안 좋다는 징크스를 스스로 깨는 호투였다.
특히 김선우에게 21일 호투는 더욱 의미가 깊었다. 바로 그 날이 아내 강수연씨의 생일이었기 때문. 지난해 김선우는 아내의 생일과 가까웠던 4월 22일 잠실 SK전서 3이닝 7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며 자신과 두 아들의 가장 큰 지원군인 아내에게 선물을 주지 못했다.
선발 등판 날짜를 받고도 사실 그는 노심초사했다. 21일이 아내의 생일이었으나 그는 지난 16일 대구 삼성전서 7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고 정전 서스펜디드로 17일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실질적으로 4일을 쉬고 나오는 셈이지만 그는 4일 휴식 후 등판서 다소 안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다.
"나이가 들 수록 회복력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더욱이 21일은 아내의 생일인데. 4일 휴식 후 들어가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잘 되어야 할 텐데".
그러나 정작 그날이 오자 김선우는 자신의 생각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최고구속은 146km로 전성 시절에 비하면 떨어져 있었으나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절묘하게 섞으며 넥센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렸다. 7회 유한준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김선우는 노히트 피칭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마침 시즌 첫 승을 올린 17일은 자신에게 세상 빛을 선사한 아버지의 생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2승을 모두 가족의 생일에 기록한 셈. "그런 게 너무 부각되면 내가 꼭 날짜를 골라서 나오는 것 같잖아"라며 쑥스럽게 웃은 김선우지만 그는 우연의 선물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며 가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경기 후 김선우는 "커터와 슬라이더를 낮게 제구하는 데 집중했다. 노히트노런은 5회가 끝난 후 의식을 했지만 7회 유한준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높게 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한준이 잘 친 것"이라며 "무사에 주자를 내보낸 만큼 내가 이번 이닝을 막겠다는 생각을 하고 더욱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그는 "집에 들르지 못하고 대전 원정길에 이동하는 데 나 때문에 수고하는 와이프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아침에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감사의 뜻을 다시 한 번 비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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