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얘 덕분에 이겼어요".
지난 21일 대전 롯데전에서 한화는 4-1로 역전승했다. 이날 승리로 시즌 첫 연승을 달린 한화는 롯데와 넥센을 끌어내리고 단숨에 6위까지 올라갔다. 7회에만 안타 5개로 4득점하며 롯데를 무너뜨렸다. 경기 후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4년차 내야수 오선진(22)이었다. 고참 선수들은 하나같이 "오늘 MVP는 오선진이다. 얘 덕분에 이겼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오선진은 9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지난 16일 광주 KIA전 이후 시즌 두 번째 선발출장. 그러나 경기 초반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중견수 뜬공과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6타수 무안타였던 오선진은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로 기용됐었다. 타격으로 뭔가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오선진의 재치가 빛을 발했다. 0-1로 뒤진 7회였다. 신경현의 볼넷과 고동진의 페이크번트 이후 중전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3루 찬스. 한대화 감독은 대타를 기용하지 않고 오선진으로 밀어붙였다. 초구에 번트 모션을 살짝 취한 오선진은 2구째에 1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아깝게 파울 선상 밖으로 타구가 벗어났지만 롯데 수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전진해 있던 롯데 수비는 더 모여들었다.
볼카운트 2-1으로 몰렸지만 오선진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사율의 115km 커브가 바깥쪽 높게 들어오자 가볍게 갖다맞혔다. 오선진의 번트 시도로 앞으로 당겨져있던 롯데 수비를 꿰뚫는 좌전 안타였다. 3루 주자 신경현이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1-1 동점이 됐다. 오선진의 올해 10번째 타석에서 나온 첫 안타가 귀중한 동점 적시타였다. 시즌 첫 안타와 타점이 동시에 기록됐고 이는 역전승의 디딤돌로 작용했다. 오선진의 첫 안타가 한화의 첫 연승을 이끈 것이다.
오선진은 "따로 작전이 걸린 건 아니었다. 내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며 "주자가 1·3루였기 때문에 번트를 대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웃되더라도 3루 주자가 들어오고 2루 주자가 진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짧게 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왠지 첫 안타가 나올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어젯밤 야간훈련을 통해 좋았을 때 타격폼을 찾았다. 야간훈련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느꼈다. 부담없이 하려고 했다"며 야간훈련 효과를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2차 4번 전체 26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오선진은 데뷔 첫 해부터 선배들 틈바구니 속에서 1군무대를 누빈 유망주. 안정된 수비와 센스를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도 호되게 나무라며 오기를 부추겼다. 오선진은 "혼나면 당연히 오기가 생긴다. 그냥 흘려듣지 않고 독기를 품는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선발로 나오든 나중에 나오든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곱상한 외모에도 마음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다. 그의 독기가 빛을 볼 때가 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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