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승리보다 팀의 첫 연승이 더 의미있다".
한화 투수 '최고참' 박정진(35)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박정진은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에서 7회 2사 후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첫 승을 기록했다. 박정진이 등판할 때만 해도 0-1로 뒤지고 있었던 한화는 7회 대거 4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박정진은 첫 승을 챙겼다. 지난해 6월5일 대전 두산전 후 10개월16일만에 맛본 승리였다.
박정진은 전형적인 오버스로 투수. 140km 중반대 힘있는 공이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히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느끼는 위압감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각도 큰 슬라이더가 좋다.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도 슬라이더였다. 박정진은 "이대호가 요즘 감이 안 좋아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체인지업까지 장착했다. 지난 겨울 까마득한 후배 류현진에게 직접 물어본 뒤 자신에게 맞는 그립을 찾았다. 그는 "몇개 던져봤는데 괜찮다. 컨트롤만 조금 더 되면 점점 좋아질 듯하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활약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본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 박정진의 평균자책점은 6.43. 좋은 성적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박정진의 공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올해 이상하리만큼 박정진이 남기고 간 주자들을 구원투수들이 고스란히 홈으로 불러들였다. 올해 박정진이 기록한 5실점 모두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좋은 피칭을 하고도 주자 한두 명을 남기고 간 게 화근이 돼 평균자책점을 치솟게 만들었다.
하지만 박정진은 의연했다. 그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투수조장으로서 후배들에게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다독인다. 그런 것 갖고 뭐라하지 않는다"며 "우리 투수들 모두 열심히 꾸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분위기가 워낙 좋고 계속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후배들과 한 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첫 승 소감도 "개인 승리보다는 팀의 첫 연승이 더 의미있고 기분 좋다"는 것이었다. 한대화 감독도 "박정진이 잘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역할까지 했던 박정진은 올해 마무리 자리를 오넬리 페레즈에게 넘기고 중간에서 필승계투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작년보다 부담은 조금 덜하다. 하지만 중간에서도 박빙 승부가 많기 때문에 오넬리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매타자 더 집중해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를 잊은듯 쌩쌩하게 공을 던지고 있는 박정진. 그가 있어 한화 허리는 이팔청춘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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