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산을 즐겨 찾는 박모(48세, 경기도 구리시)씨. 매주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산을 찾는다. 하지만 지난 주말 세 시간동안의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부터 무릎 통증은 시작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시큰거렸고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나면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쑤시기까지 했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상태는 점점 심해져만 갔고 움직일 때마다 묵직하고 가끔 콕콕 쑤시는 통증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연골연화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지만 자칫 운동에 대한 자신감으로 과도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날씨가 풀리자 별다른 준비 없이 등산을 시작하다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은 “특히 중년층의 경우, 40대를 넘기면서부터는 근력이 약해지고 관절의 퇴행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무리하게 운동하면 연골 물러질 수도 있어
과도한 운동으로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무릎 질환으로는 슬개골 연골연화증을 꼽는다. 이는 무릎 앞쪽에 위치한 뚜껑뼈인 슬개골 아래쪽 연골이 물렁해지면서 파괴되기 시작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관절면은 매끈하고 딱딱한데 슬개골 연골연화증이 발생하면 손톱으로 누르는 정도의 압력으로도 꾹 눌리듯이 들어가게 된다. 보통 1-4기로 분류하는데 연골이 물러지는 정도에 따라 같은 압력에도 느끼는 통증의 크기가 다르다.
이러한 연골연화증이 시작되면 무릎을 굽혔다 펼 때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물러진 연골이 대퇴골과의 관절면에서 꾹 눌렸다가 펴지면서 압력이 소실되며 아프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서 2시간 이상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이 쑤시고 뻐근하게 아프다면 연골연화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별다른 외상의 경험이 없는데도 무릎이 아파 오래 걷기 힘들고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오기가 더 힘든 것도 연골연화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연골연화증은 과체중이나 비효율적인 움직임, 불충분한 준비운동 등으로 무릎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원인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병하기가 쉬운데, 이는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는 등 반복적으로 무릎에 무리를 주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폐경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중 연골에 함유된 단백질을 구성하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무릎 연골의 손상을 가속시킨다.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고용곤 원장은 “연골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없어 아무리 작은 손상이라도 방치하게 되면 그 범위가 점점 커져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연골연화증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약해진 연골 강하게 만드는 혈액 속 혈소판
과거에는 연골이 손상되더라도 수술 말고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통증을 참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통증이 심하더라도 수술을 해야 할 정도가 아니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법보다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응급처치’만 받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혈액 속 성장인자를 이용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PRP주사, PRF 치료법이 정형외과 분야에 도입돼 관절염 초․중기 환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우리 몸 혈액은 크게 혈장, 혈구, 혈소판으로 나뉜다. 이 중 약 1%를 차지하는 혈소판은 PDGF, TGF, EGF 등의 풍부한 성장인자를 함유하고 있다. 손가락을 종이에 베었을 때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피가 멎고 아무는 응집과 치유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혈소판의 능력을 활용한 PRP, PRF는 연골연화증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며, 이로써 관절염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액체 상태의 PRP와 겔 형태의 PRF는 환자의 혈액을 20~40cc 가량 채취해 100만개 이상의 혈소판만을 농축․분리하여 만든다. 이를 병변에 주입하면 각종 성장인자들이 손상된 연골이나 인대, 근육에 작용하여 세포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촉진, 신생혈관 재생을 돕고 약해진 연골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중 PRP는 PRF보다 먼저 도입되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앞선 과정을 거친 PRP(혈소판 풍부혈장)를 통증이 있는 부위에 주사하는 것으로 모든 시술이 끝난다. 1주일에 1회, 총 3회를 원칙으로 한다. 30분 안팎의 짧은 소요시간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치료를 병행하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반면 PRF는 액체상태의 PRP에 비해 점도가 높은 겔(gel)형태이므로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시술하게 된다. 연세사랑병원 관절내시경센터 전재훈 원장은 “외래에서 바로 시술하는 PRP와 달리 PRF는 당일 입원이 필요하지만, 과거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중기 이상의 관절염 환자는 PRF를 통해 간단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국소 마취 후, 무릎에 1cm미만의 작은 구멍만을 내고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연골이 손상된 부위를 PRF로 덮어주면 시술이 끝난다. PRF는 조직의 재생에 관여하는 전환성장인자(TGF)의 농도가 장시간 유지된다는 장점 있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시술은 직접 관절 안을 보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MRI로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손상도 정확히 짚어내며, 동시에 치료도 가능하다.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전재훈 원장은 “PRP와 PRF는 정밀 검사 상, 연골연화증 및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그 방법이 나뉘며, 경미한 연골연화증이나 초기 관절염 환자라면 PRP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수 객원기자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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