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감독, "지금 LG는 위기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4.23 09: 27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에 대해서 '위기'라는 말까지 쓰며 긴장감을 높였다.
LG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투수 김광삼이 6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정의윤의 동점적시타와 조인성의 타구를 KIA 3루수 김주형이 실책을 범하며 2-1로 신승을 거뒀다. 덕분에 LG는 SK(12승4패)와 두산(10승1무5패)에 세 번째로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10승7패로 단독 3위가 됐다.
그렇지만 박 감독은 승리 후 기자들과 만나 "선발 김광삼이 잘 던져줬고, 어려운 상황 속 승리를 거둬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상승세 LG에 어떤 요인들이 박 감독으로 하여금 불안 요소로 다가왔다고 느끼게 한 것일까. 박종훈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상대 좌완 선발의 잦은 등판으로 인한 플레툰 시스템 활용의 후유증을 들었다.
먼저 박 감독은 "부상선수들이 생겨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LG는 22일 KIA전에서 주전 3루수인 정성훈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21일 문학 SK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박병호가 5년여 만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핫코너 3루 수비는 단순히 공을 잡는 것을 떠나서 전진수비 및 중계플레이 등 감당해야 할 역할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상선수는 또 있다. 지난 19일 내야수 김태완이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 근육통이 발생해 20일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태완은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비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부상을 당하면서 당장 19일 대타 찬스에서도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다음날 아쉬워했다.
여기에 롱릴리프로 맹활약을 기대했던 한희는 오른쪽 어깨 통증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2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희는 우완 투수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공을 던지며 안정된 제구력 뿐 아니라 공 끝의 움직임도 상당히 예리해져 박종훈 감독이 내심 큰 기대를 했다.
지난해 후반기 맹활약을 했던 '좌완 영건'최성민도 오키나와 캠프 막판에 어깨 부상을 당했고, 깜짝 활약을 펼친 우완 박동욱도 어깨 통증을 호소하다 재활을 마치고 현재 퓨처스(2군)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 외에 특별한 부상선수가 없지만 박 감독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지금 상태에서 또 다른 부상자가 생길 경우 팀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종훈 감독은 또 LG가 빼어난 좌타자들이 많아  상대 좌완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활용하고 있는 우타자 적극법, 즉 플래툰 시스템의 후유증 기미가 보이고 있음을 직감했다.
LG는 주전 라인업 중에서 1번 중견수 이대형, 3번 우익수 '큰'이병규, 4번 지명타자 박용택, 6번 우익수 이진영까지 4명이 좌타자다. 여기에 9번 유격수 오지환까지 하면 5명이 좌타자다. 특히 클린업이 모두 죄타자다보니 감독으로서는 상대방의 좌투수 집중 견제를 피하기 위해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LG는 올 시즌 17경기 가운데 좌완 선발과 맞대결이 9차례나 됐다. 상대적으로 프로야구 선발투수 비율이 우투수가 많은 반면 LG전에서는 우투수보다 좌투수가 오히려 더 많이 나왔다. LG가 지난해 좌투수에 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LG 킬러'라고 알고 있는 류현진(24, 한화), 김광현(23, SK), 차우찬(25, 삼성), 장원준(26, 롯데)에 이혜천(32, 두산)과 트레비스 블랙클리(29, KIA)까지 나왔다. 김광현은 LG를 겨냥해 두 차례나 등판했다.
LG는 좌투수가 선발 등판한 지난 9경기에서 6차례 승리를 거뒀다. 승률만 놓고 보면 플래툰 시스템은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좌완 선발일 때 박용택, 이병규, 이진영, 오지환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며 이들의 타격 신체 리듬에 대한 어려움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박종훈 감독도 "아무래도 지금 시점에서 왼손 타자들이 불규칙한 선발 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 잘 챙기지 않으면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말로 박 감독의 말처럼 LG는 지금 위기를 맞은 것일까.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로서는 분명히 한 번 맞아야 할, 아니 몇 차례 위기를 뛰어 넘어야 올 시즌 4강에 들 수 있다.
17경기를 치른 현재 박종훈 감독은 LG의 위기론을 선포했다. 이제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박 감독과 26명의 선수들에 달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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