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구' 김광현, "안던진 걸로 하면 안될까요?"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4.23 09: 25

"어~휴!".
지친 기색보다는 뭔가 잘 되지 않는 표정. SK 에이스 김광현(23)이 불펜 피칭 후 가장 먼저 내보인 것은 긴 한숨이었다.
김광현은 22일 롯데와 SK의 시즌 첫 맞대결이 비 때문에 취소된 사직구장 원정 실내 불펜에서 221개의 볼을 던졌다.

엄숙한 분위기였다. 김성근 감독이 불펜 포수 옆에 서 있었고 가토 하지메, 김상진 두 명의 투수 코치가 김광현 뒤에 서서 볼 하나하나를 살피고 있었다.
"급하다. 왼쪽 다리로 좀 더 버텨봐", "넘어 올 때 가슴이 앞으로 쏠린다", "오른쪽 옆구리에 뼈 사이에 근육있지? 거기가 순간적으로 휘어져야지", "각이 좀 산 느낌이 들지?".
김 감독의 외침이 실내 불펜을 울릴 때마다 김광현은 "네"라고 대답하면서 묵묵히 볼을 던졌다. 김 감독은 처음에 커브만 던지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직구만 던지게 했고 다시 슬라이더만, 그리고 마지막에는 직구로 마무리를 했다.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던진 후 "이렇게 하면 빠지는 느낌"이라고 김 감독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볼이 마음 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자 소리를 '악' 지르기도 했다. 자신의 볼을 받아주는 불펜포수를 향해 "수고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불펜 피칭 후 보강 스트레칭까지 마친 김광현은 어땠는지 묻자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대뜸 "이거 안던질 걸로 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창피하다"고 고개를 푹 숙였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현이었다. 불펜을 나서면서는 "실내에서만 던져서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24, 한화)과 함께 국내 최고 좌완으로 꼽히는 투수지만 올 시즌 4경기에서는 2패만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6.23이다. 지난 20일 LG전에서는 3이닝 6실점(3자책), 최악의 피칭으로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김광현에 대해 정신적인 문제라고 했다. 김 감독도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자꾸 조급해졌다. 그러면서 뒷다리에 체중을 모아놓고 던져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고 전문가들과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김광현의 볼을 직접받은 신정석(23) 불펜포수는 "오늘만 놓고 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졌다"며 "특히 직구는 볼끝에 변화가 상당히 느껴질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아직 못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구위가 확실하게 살아났다는 뜻이다.
"볼을 갖다 놓지 말고 스윙을 해야 한다"는 김 감독은 이날 피칭에 대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며 "모레(24일) 등판을 시킬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등판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광현을 살리는 것이 더 급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광주 KIA 3연전 중 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주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제 마운드에서 스스로 확신을 갖는 일만 남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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