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대전구장 '공주고 모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23 10: 58

지난 22일 대전구장. 경기 전부터 내린 비로 날씨는 잔뜩 흐렸다. 일찌감치 조명탑이 켜진 가운데 두산 김경문 감독이 3루측 원정 덕아웃을 지키고 있었다. 취재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 감독에게 갑자기 한화 선수 2명이 불쑥 나타났다. 외야수 오재필(29)과 투수 안승민(20)이었다.
오재필은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저 공주고입니다"고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안승민을 가리켜 같은 공주고 출신임을 알렸다. 이에 김 감독은 후배들과 악수를 나누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공주고의 영웅들"이라며 "두산이랑 너무 잘하지 말고 다른 팀하고 할 때 잘하라"는 농담을 건넸다.
김 감독은 "(오)재필이는 고등학교 때 주장할 때부터 봐왔다. 얼굴도 세련됐고 예의도 참 바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안승민에 대해 "고등학때 던지는 걸 TV로 봤는데 이상한 안경을 쓰고 잘 던지더라. 청소년대표 출신"이라며 "일요일(24일) 우리와 경기 때 선발로 나올텐데 선배한테 알아서 잘하지 않겠어"라며 웃어보엿다.

김 감독은 "후배들이 이렇게 경기 전 직접 찾아와 인사하는 건 처음"이라며 대견한 마음과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침 오재필이 2군에서 1군에 재등록된 첫 날이었는데 후배 안승민을 대동해 대선배를 찾은 것이었다.
 
이날 경기는 비로 연기됐지만 공주고 출신 대스타 박찬호는 세이부를 상대로 7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일본프로야구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공주고 출신은 더 당당히 어깨 펼 수 있는 날. 비가 내리고 날은 쌀쌀했지만 대전구장은 어느 때보다 훈훈함이 가득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