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3할 타자답다.
한화 내야수 정원석(34)의 방망이가 예사롭지 않다. 정원석은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8회 마지막 타석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이로써 지난 10일 대전 LG전부터 시작된 연속 안타 행진을 11경기로 늘렸다. 이 기간 중 2안타 이상 멀티히트도 5차례. 시즌 초반 슬럼프에서 벗어난 정원석의 타율도 어느덧 3할3푼3리가 됐다. 한화 팀내에서 가장 높고,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공동 8위에 해당한다. "정원석이라도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정원석은 "지금 페이스는 작년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며 "초반에 정말 안 좋았는데 연구를 좀 했다. (지난 10일) LG전이 끝난 뒤 집에서 비디오를 봤다. 작년에 잘 쳤을 때 비디오를 보니 지금은 타이밍이 너무 늦더라. 타이밍을 바꾼 이후 좋아졌다"고 맹타비결을 설명했다. 한대화 감독도 "원래 재능이 있는 선수다. 시즌 초반에는 중심타자라는 걸 의식해 스윙이 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노력없이 이뤄지는 건 없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그에 대해 "남들이 겉으로 볼 때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정원석은 "다들 열심히는 한다. 코치님께서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소리 지르고 화내는 걸 좋게 봐주신 듯하다. 나는 나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데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다.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 악혀 받혀서라도 해야 한다. 나 자신한테 화내는 건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절박한 심정도 그를 바꿔 놓았다. 2009시즌을 끝으로 두산에서 방출됐던 그는 당시 한화 사령탑으로 취임한 동국대 시절 스승 한대화 감독의 부름을 받고 어렵게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다. 내가 정말로 실력이 없어 안 되는건지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안 되면 깨끗하게 끝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열심히 후회없이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만 두더라도 후회 안 남도록 하고 싶었다"는 게 정원석의 말이다.
최근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정원석은 "그런 건 항상 의식하면 안 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잘해보겠다는 의지는 잃지 않았다. 올해 목표에 대해 묻자 정원석은 "팀의 탈꼴찌다. 일단 팀 성적이 좋아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작년보다 더 잘하고 싶다. 반짝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한화의 탈꼴찌를 하지 않으면 정원석의 활약도 반짝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활약은 한화의 승리로 가는 길목이 되고 있다. 어느덧 그의 위치와 입지가 그렇게 올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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