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외로운 4번타자!".
한화 한대화 감독이 한 선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마디했다. 4번타자 최진행(26)이었다. 한 감독은 최진행에게 "외로운 4번타자"라고 부르며 "요즘 많이 외로운가봐"라고 말을 건넸다. 최진행은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고 다시 배팅케이지로 향했다. 한대화 감독은 "뭐가 그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홈런보다 안타나 좀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침묵하고 있는 최진행이 하루빨리 부담감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한 감독의 마음을 읽었는지 최진행의 방망이가 시원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대전 롯데전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5경기만의 안타이자 7경기만에 나온 타점이었다. 우천 연기로 하루를 쉰 뒤 23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4타수 3안타 1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작렬시키며 시즌 타율을 2할3푼6리로 끌어올렸다. 그가 타선에 중심을 잡아주자 한화 타선의 무게감도 더해졌다.

아직 최진행 특유의 시원한 장타는 터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KIA전 홈런을 끝으로 13경기째 홈런을 비롯한 장타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안타부터 치면 된다"며 최진행의 부담을 덜어줬다. 기대대로 최진행은 최근 2경기에서 터뜨린 5안타를 모두 단타지만 짧고 자신있는 스윙으로 만들어냈다. 단타를 통해 감각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장타도 곧 터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 같은 최진행의 활약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에서 최진행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전날 등 근육통으로 경기 중 교체됐고 이날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대타로 한 타석 나와 범타로 물러난 게 전부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최진행은 몇몇 동료들과 남아 조명이 반쯤 꺼진 대전구장에서 밤샘 스윙에 몰두했다. 그리고 이튿날 보란듯 2안타를 쳤다.
이날 경기 후에도 최진행은 바로 퇴근하지 않고 나머지 훈련을 자청했다. 최진행은 "그냥 있으면 답답해서 그렇다. 집에 가봤자 할 것도 없다. 여기 남아서 훈련하는 것이 더 마음에 편하다"며 야간훈련에 집중했다. 선배들도 그런 최진행에게 "너는 한화의 4번타자"라며 힘을 줬다. 그것이 시즌 첫 3안타로 경기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최진행은 흙 먼지가 묻은 유니폼을 벗지 않은 채 야간훈련에 집중했다. 독한 노력과 의지가 만든 부활 조짐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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