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후나하시 겐조 일본 통신원]일본의 한국투수들이 눈에 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호신’ 임창용(35, 야쿠르트)은 4경기 연속 노히트로 막았고 ‘코리안특급’ 박찬호(38, 오릭스)는 깔끔한 첫 승을 거뒀다. ‘참수함’ 김병현(32, 라쿠텐)도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야수들은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타자’ 이승엽(35.오릭스)은 아직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번타자’ 김태균(29, 지바 롯데 마린스)도 요즘 2경기 연속 멀티안타를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홈런은 아직 안 나왔다.
물론 모든 선수에게 슬럼프는 있다. 시즌은 1년 동안의 싸움이니 상태가 안 좋으면 지금부터 회복만 하면 된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일본의 선수들은 어떻게 극복해 왔을까.

먼저 ‘명포수’ 후루타 아쓰야(45, 전 야크르트)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포수였던 후루타는 안타제조기로도 유명했다. 1991년에는 수위타자가 되었고 통산 2097안타도 기록했다. 그의 안정적인 타격은 뛰어난 포수로서의 능력만큼 투수들을 돕고 왔다.
그런 안정된 타격을 자랑했던 그는 부진에 빠지면 어김 없이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일부러 볼넷을 고르는 것’이다. 그는 “슬럼프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슬럼프에 빠지면 공에 함부로 손이 나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결과를 남기자는 의식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만 치면 좋지만 볼까지 치게 되면 결과를 남기기가 어렵다. 후루타는 “소극적인 것 같지만 볼의 판별이 잘 되니까 결과적으로 좋아졌다”고 덧붙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급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부진을 이겨왔다.
다음에는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57) 감독의 사례다. 그는 현역 시절 3관왕을 3번, 통산타율 3활1푼1리를 기록하는 안정된 타격을 자랑하는 강타자였다. 탁월한 야구이론을 가진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 타격에 관한 저서도 펴냈다.
그는 “기술적인 부진을 극복하려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말만 들으면 뻔한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깊이가 다르다. 그는 사진기자들한테도 상담했다. 항상 같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지켜보는 사진기자들은 미묘한 차이까지 찾아낼 때가 있다. 때로는 타격코치가 지적 못하는 부분까지 지적을 하여 그를 많이 도왔다.
그는 이외에도 상대팀 에이스와의 대결도 슬럼프 탈출에 이용했다. 그는 “에이스는 안정감과 제구력이 있고 투구의 스타일도 있다. 그래서 평소에 짜고 온 대책법을 실행하면 자신의 무엇이 무너졌는지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에이스와의 대결은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슬럼프 탈출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시다시피 일류선수들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것을 계기로 상태를 끌어 올린다. 더구나 일본은 시즌이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됐다. 김태균은 작년 시즌 첫 안타를 12타석째에 쳤고, 이승엽은 ‘여름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10여 경기만을 보고 걱정하기보다는 남은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를 이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실력은 한국팬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kenzo157@hanmail.net
▲후나하시 겐조는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대학생으로 야구 매니아입니다. 한국 성균관대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 한국어를 습득하면서 한국 프로야구에도 매료된 한국야구팬이기도 합니다. 2011년 OSEN의 일본 통신원으로 일본무대에서 활약할 한국인 선수들의 이야기 뿐만아니라 일본야구 관련 소식들을 한국야구팬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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