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약점 잡힌거라니까".
한화 한대화 감독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외국인 투수 때문이었다. 상대팀들이 한화만 만나면 외국인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탓이었다. 한 감독은 "도대체 외국인 투수를 몇 번이나 만나는지 모르겠다. 전력이 약하다 보니 상대팀들도 우리만 만나면 더 이기려 달려든다"고 답답해 했다. 시즌 초반부터 유독 외국인 투수와 상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우려대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반면 상대 외국인 투수들은 한화를 상대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2일 개막전 때부터 그랬다. 롯데 브라이언 코리가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데뷔 첫 승을 한화를 제물 삼아 거뒀다. 이후에도 아퀼리노 로페즈(KIA)를 비롯해 레다메스 리즈, 벤자민 주키치(이상 LG), 짐 매그레인(SK) 등 무려 5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한화를 상대로 첫 승을 신고했다. 한화가 외국인 투수 공략에 성공한 건 지난 13일 문학 SK전에서 3⅓이닝 만에 강판시킨 게리 글로버가 유일하다.

한화는 올해 19경기 중 10경기에서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이 10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8패에 1무승부만 기록했다. 상대 외국인 투수들은 한화를 상대로 무려 8차례나 퀄리티 스타트했고,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건 글로버가 유일했다.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한 한화의 타율은 2할1푼에 불과했고, 9이닝 평균 2.5점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60이닝 동안 삼진만 무려 58개나 당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극복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대화 감독은 "우리팀에게 패하면 1패가 아니라 2패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다른 팀 감독이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상대의 집중적인 외국인 투수 투입에도 흔들리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한화가 상대하지 않은 외국인 투수는 더스틴 니퍼트(두산) 카도쿠라 켄(삼성) 라이언 사도스키(롯데)밖에 없다. 한화를 노린 상대의 외국인 투수 투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국내투수가 선발로 나왔을 때에는 4승5패로 비교적 선전했다. 한 감독은 "우리가 상대 4~5선발과 붙어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한 번 붙어볼 만하면 비로 취소되고 그러지 않았나"라며 "상대 투수가 약하면 승부를 해볼만 할텐데 완전히 약점잡힌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한화는 팀 타율(0.217)과 평균 득점(3.2점)에서 모두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외국인 투수들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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