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나이퍼는 달랐다.
한화 내야수 장성호(34)가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24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장성호는 복귀 첫 날부터 특유의 우전 안타를 작렬시키며 프로야구 사상 3번째 1800안타 위업을 달성했다. 이어 26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2경기에 불과하지만 6타수 3안타 2볼넷으로 타율 5할에 출루율은 6할2푼5리.
장성호는 지난해까지 15년간 통산 타율 3할3리를 기록하며 이 부문 역대 통산 8위에 올랐다. 외다리 타법을 본격적으로 장착한 1998년부터는 방망이를 거꾸로 들어도 3할을 칠 만큼 절정의 감각을 과시했다. 2006년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할 정도로 맞히는 능력만큼은 꾸준했다. 통산 안타도 1802개로 이 부문 역대 3위에 올라있으며 향후 양준혁(2318개)의 기록을 넘어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넥센전에서도 장성호의 노련미가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1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의 가운데 높은 142km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날렸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2사 2루에서 2-0이라는 불리한 볼카운트에도 3개의 볼을 골라낸 뒤 파울로 커트하며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나갔다. 24일 두산전에서 첫 안타를 뽑아낼 때에도 4연속 파울 커트 후 터뜨린 것이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게 바로 커트 능력이다. 한 감독은 "좋은 타자를 커트를 잘한다. 투수가 좋은 코스로 공을 던지면 쳐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렵다. 그걸 자꾸 커트해내면서 투수를 괴롭히고 좋은 공을 공략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의 말대로 장성호는 타석에서 노련하게 대처하고 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한화에서 장성호가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화가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장성호를 데려온 이유다.
넥센전에서 6회 3번째 타석에서 3루수-유격수 사이로 밀어쳐 내야 안타를 만든 장성호는 무사 1·3루에서 상대 폭투 때 재빨리 2루까지 진루하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8회 4번째 타석에서도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냈다. 100% 출루로 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몸소 입증했다. 한대화 감독이 왜 그를 애타게 기다렸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중심선수가 모두 빠져나가고 아직 기둥이 될 만한 타자가 없는 한화에서 검증된 3할 타자 장성호의 존재가치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
장성호는 "나에게 주루플레이를 바라겠나. 방망이만 괜찮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다음주부터는 수비도 가능할 듯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어차피 내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이어 그는 "재활을 잘 마쳤다. 야구 잘하는 것 말고 목표가 있겠는가. 내가 야구를 잘해야 후배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한대화 감독님은 나를 믿고 데려오셨다. 감독님께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위기의 한화에서 장성호의 진가가 발휘될 시점이 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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