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의 한 방에 무너진 무리뉴의 '안티풋볼'

조세 무리뉴 감독의 모든 계획이 리오넬 메시(24)의 한 방에 물거품이 됐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휘하는 레알 마드리드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세벽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2010-2011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1차전서 메시에게 잇달아 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1일 국왕컵 우승의 기쁨을 모두 잊게 됐다. 이날 패배로 UCL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3골이상의 득점으로 2골차 승리를 거둬야 한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2차전에서 무리뉴 감독과 페페, 세르히오 라모스가 나오지 못하게 되며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날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이었다. 그렇지만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더 보였다. 마치 지난 시즌 인터 밀란을 이끌고 UCL서 바르셀로나를 격파할 때를 보는 듯했다. 일명 '안티풋볼'이었다. 재미없는 축구라는 악평을 듣지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괜찮게 재미를 봤던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수비 지향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에서 7-3 정도로 크게 앞섰지만 실속이 없었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라인을 크게 후퇴시킨 채 경기를 임하자, 바르셀로나서도 무작정 공격을 펼칠 수도 없었다. 결국 양 팀은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하게 됐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될 뿐이었다.

모든 것이 무리뉴 감독의 의도대로였다. 홈 경기서 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 골차로 승리하면 원정에서 완벽한 수비축구로 결승 진출을 일궈내겠다는 것이었고, 0-0 무승부가 될 경우에는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한 골차 승리나 1득점 이상의 무승부를 노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변수가 있었다. 선수의 퇴장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16분 페페가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됐다. 그 찬스를 놓칠 메시가 아니었다. 메시는 후반 31분 아펠라이의 크로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노마크의 완벽한 찬스를 잡은 것.

메시의 선제골로 레알 마드리드는 급속하게 무너졌다. 말 그대로 붕괴였다. 선제골을 허용하며 공격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됐지만 수적 열세로 팀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또 다시 메시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후반 42분 메시가 수비수 5명을 제친 후 쐐기골을 기록했다. 사실상 승부를 끝내는 골이었다.

결국 무리뉴 감독의 얼굴에는 씁쓸함만 남게 됐다. 홈에서 완벽 수비로 무실점을 한 후 2차전 원정에서 골을 기록해 결승전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 이 모든 것이 메시의 한 방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무리뉴 감독의 '안티풋볼'이 이번에는 메시에 의해 깨졌다.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메시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