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화가 한창 부진할 때였다. 구단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니, 대체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어디로 간 거예요?". 한 팬의 한탄이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대화 감독은 허탈한듯 웃었다. "어디로 가긴. 일본으로 가고 군대로 갔지". 이제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오래전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클린업 트리오도 모자라 '클립업 쿼텟'이라 불린 팀이었다. 그런데 그 때 그 멤버가 모두 사라졌다. 한화의 다이너마이트는 물에 젖은 불발탄이 되어 한화 팬들의 속만 태우고 있다.
▲ 역대 최저 팀 타율
올해 20경기를 치른 28일 현재 한화의 팀 타율은 2할1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8개 구단 중 최하위. 그런데 올해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놀랍게도 한국프로야구 30년 사상 가장 낮은 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역대 한 시즌 최저 팀타율은 이름도 가물가물해진 청보가 1986년 기록한 2할1푼9리. 청보 다음으로는 1993년 쌍방울(0.226) 1993년 태평양(0.227) 1990년 OB(0.231) 1995년 태평양(0.234) 순이다. 한화 구단 역사를 통틀어도 창단 첫 해 빙그레 시절이었던 1986년 기록한 2할3푼6리보다 더 나쁘다. 야구연감 속으로 사라진 구단들 틈바구니 속에서 2011년 한화 타선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 출루율·장타율도 최하위
타율뿐만이 아니다. 팀 출루율은 3할도 되지 않는 2할9푼6리. 한화보다 낮은 팀 출루율을 기록한 팀은 1993년 태평양(0.293)과 더불어 1986년 청보(0.293)밖에 없다. 장타율도 0.317로 최하위. 역대를 통틀어도 1993년 쌍방울(0.301)과 1993년 태평양(0.302)만이 한화보다 더 좋을 뿐이다. 타율·출루율·장타율 모두 역대를 통틀어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득점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화는 20경기에서 총 61득점했는데 경기당 평균으로 나누면 3.05점밖에 되지 않는다. 역대를 통틀어 한화보다 낮은 팀 평균 득점을 기록한 팀은 1993년 태평양(2.71점) 1993년 쌍방울(2.90점) 1986년 청보(2.94점)밖에 없다. 모두 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팀들이다.
▲ 도대체 왜 이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청보 태평양 쌍방울 등은 모두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팀들이었다. 그때 당시 야구 격차를 감안해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화는 창단한지 26년이 되는 팀이다. 한화로 바뀐 1994년 이후로만 한정해도 17년째가 된다. 전성기 때 얼마나 강했으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는 폭발한 뒤 재만 잔뜩 남겨놓았을 뿐이다. 지금 한화 타선에서 한 시즌 100안타 이상을 친 타자는 장성호 강동우 정원석 최진행 4명밖에 없다. 정원석과 최진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안타를 기록했다. 한대화 감독의 말마따나 계산이 안 선다. 검증된 타자가 없는데 무슨 수로 꾸려갈 수 있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 다이너마이트는 어디로?
한대화 감독은 "있을 때는 모르는데 없으니까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김태완 송광민 정현석을 두고 한 말이었다. 지난해 한화 타선을 이끌었던 이들이 지금 팀에 없다. 김태완은 대전고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사 등 사무일에 한창이고, 송광민은 이제 입대를 준비하며 몇 주 전 구단 라커에서 짐을 뺐다. 정현석만이 경찰청에서 4번타자로 맹타를 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감독은 "한창 자라고 커가는 과정에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군대에 가버렸으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제대 후 그들이 예전처럼 활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 번에 그렇게 가버렸다. 입대 시기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탓이다.
▲ 선수가 재산이다
지난 겨울 한화가 보인 행보에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KIA로 간 이범호는 지금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20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4홈런 24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한 야구해설가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데 구단이 그걸 모른 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베테랑 타자 이도형을 단지 FA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협상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다. 두 자릿수 홈런은 너끈히 칠 수 있는 베테랑 타자로 가치가 충분했으나 트레이드 카드로 쓸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타격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게 있다"고 했다. 그런데 타격에 소질있는 타자들을 그냥 포기했다. 한 야구인은 "이범호가 정말로 잘해야 한다. 그래야 한화가 정신을 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한화 타선. 이게 과연 선수들과 현장 코칭스태프만의 탓일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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