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21)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1)의 운명적인 격돌이 13개월 만에 연출된다.
김연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밤 10시 46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리는 2011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30명의 출전 선수 중 마지막에 등장한다.
이날 쇼트 프로그램이 피겨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김연아의 연기에 불과 6분 앞서 아사다가 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의 재연이다.

당시 김연아는 30명의 출전 선수 중 22번째였던 아사다가 73.78점으로 기세를 올리자 곧바로 출전해 78.50점이라는 역대 최고의 점수로 여왕의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김연아도 올림픽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사다 마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올림픽에서도 내 앞에서 아사다가 연기를 했다"고 웃었다.
▲ 완벽한 김연아 vs 흔들리는 아사다
김연아의 미소에는 아사다와 격돌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지난 2010 토리노 세계선수권 이후 이번 대회만을 위해 13개월간 철저히 단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쇼트 프로그램인 '지젤'에서는 '클린'을 자신할 정도로 김연아는 완벽한 준비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5일 첫 공개 훈련에서 외신 기자들을 압도했던 흐름을 본 대회에서도 이어간다는 각오다.
쇼트 프로그램을 하루 앞둔 28일 공식 훈련에서도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를 연기할 정도니 그 자신감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연아를 지도하고 있는 피터 오피카드(52) 코치는 한 술 더 떠 "김연아는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사다는 김연아와 달리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다. 올 시즌 지긋지긋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아사다는 이번 대회에서도 점프 난조에 고민하고 있다.
역시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이 문제다. 아사다 룰로 불리는 'UR' 점프의 신설로 최소한 기초 점수의 70%는 챙길 수 있다는 평가이지만, 그 완성도에서는 한계점이 분명하다.
아사다는 27일 훈련에서도 네 차례 트리플 악셀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에 그쳤다. 회전수 부족과 불안정한 랜딩을 노출하고 말았다. 아사다의 자신감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 급기야 아사다는 28일 조 추첨에서도 불참했다.
▲ 쇼트의 변수는?
김연아는 내심 이번 쇼트 프로그램에서 신기록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 쇼트 프로그램의 구성에서는 올림픽 시즌의 '007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예술성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기술 점수에서는 한계에 달한 만큼 구성 점수를 노린다는 뜻이다. 오피가드 코치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다시 발전할 것이다"면서 "그 중심에는 예술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손동작과 연기의 흐름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신기록 경신에도 '변수'는 있다.
일단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서'가 문제다. 마지막 순서로 등장하는 것이 빙질과 컨디션 유지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메이저 대회에서 마지막 순서로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피해를 일본에 호의적인 시선도 부담스럽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이번 대회에서 '日流'를 강조했다. 이런 흐름이 심판들의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인 심판은 한 명에 불과하지만,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물론, 김연아는 이런 상황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여왕의 면모를 드러냈지만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 단장으로 참가한 고성희(39) 대한빙상연맹 심판이사도 "이런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모스크바=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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