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마지막 순서가 싫다지만, 전 오히려 반가워요. 기대감이 크니까요".
고성희 피겨대표팀 단장이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 조 추첨이 끝난 뒤 꺼낸 얘기다.
피겨 선수들이 빙질이 불량할 뿐만 아니라 컨디션 유지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마지막 순서를 꺼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연아(21) 또한 자신이 쇼트 프로그램 마지막 순서로 결정되자 "원하던 순서가 아니라서 아쉽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 출신인 고성희 단장이 이런 속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고성희 단장은 오랫동안 김연아를 지켜본 경험적인 측면에서 마지막 순서가 오히려 낫다는 주장을 설파했다. 김연아가 시니어에 데뷔한 지난 2006~2007 시즌부터 유독 쇼트 프로그램 마지막 순서에 강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김연아는 두 번째 시니어 대회였던 '트로피 에릭 봉파르'를 시작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및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총 8번의 쇼트 프로그램에 마지막 순서로 나섰다. 그리고 그 중에서 7번 1등을 차지했다. 무려 87.5%의 승률이다.

특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렸던 2007~2008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이번 쇼트 프로그램처럼 아사다 마오(21)의 바로 뒤에 출전해 64.62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반면 아사다는 59.04점이라는 실망스러운 기록과 함께 꼴찌로 추락했다. 김연아에게 2년 연속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내주는 시발점이었다.
고성희 단장이 김연아의 마지막 등장을 반기기에 충분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고성희 단장은 "연아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기다리는 것보다는 먼저 연기에 나서는 것을 선호할 수 있어요"라면서도 "지금까지 연아가 해왔던 경기를 떠올리면 오히려 반가워요.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김연아는 29일 밤 10시 46분 마지막 순서로 쇼트 프로그램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피겨 프로그램 '지젤'을 초연하는 김연아는 내심 신기록 경신을 노린다는 분위기다. 구성 요소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예술성에서 한 차원 달라졌다는 자신감이 남다르다. 김연아는 지젤의 '클린'을 자신하며 "이번 대회에서 훈련을 한 만큼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모스크바=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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