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사직구장을 찾은 2만1248명의 관중들이 2회말 롯데 자이언츠 공격 때 열광했다.
'빅보이'이대호(29)가 0-2로 뒤진 2회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이대호는 5번 홍성흔이 헛스윙 삼진이 되자 2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화들짝 놀란 LG 포수 조인성은 2루로 송구했으나 이대호는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개인 통산 8번째 도루. 이대호가 2루 도루를 성공시키자 1루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 2007년 4월 29일 잠실 두산전 이후 1460일 만의 도루였다.
준족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대호가 전력 질주한다는 자체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원한 홈런포가 터질 때보다 더 뜨거운 함성을 관중들로부터 이끌어냈다. 이 순간 만큼은 롯데팬, LG팬도 없었다.
일단 이대호가 도루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단독 도루였는지, 작전 미스였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단독 도루였다는 가정하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대호의 도루 확률은 한 자릿수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낮다.

29일 현재 이대호는 프로 통산 1038경기에 출장해 1103안타 557사사구를 골랐다. 홈런 202개와 3루타 4개를 제외하면 그가 도루를 할 수 있는 기회는 1454번이나 됐다. 물론 선행주자와 더블 스틸까지 포함해서다. 낫아웃으로 출루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호는 통산 8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대호는 어떻게 2루 도루를 성공시켰을까.
일단 이대호가 1루에서 2루 베이스를 찍기까지 4.15초가 걸렸다. 보통 발 빠른 주자들이 정상적인 투수 견제와 포수 송구를 꿇고 2루 도루를 성공시키는 시간은 3.40∼3.45초라는 점에 비춰볼 때 0.70초가 더 걸렸다는 점이다. 최소한 두세발은 더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LG 배터리인 투수 김광삼과 포수 조인성의 허를 찌른 부분이 주효했다. 이대호는 김광삼의 견제가 소홀했던 점을 파고들었다.
이대호가 2루로 뛰던 순간 김광삼이 던진 구종은 129km 포크볼이었다. 공은 또 홈플레이트를 지나서 원바운드로 조인성의 미트에 들어갔다. 김광삼이 셋포지션 자세에서 던져 포수 조인성의 미트까지 들어간 시간은 1.45초다. 보통 김광삼이 5구째 포크볼을 던졌을 때 1.27초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김광삼 셋포지션 시간은 1.30초 정도다. 0.15초가 더 걸렸다.

조인성 역시 이대호가 뛸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2루 베이스로 '앉아쏴'를 시도했지만 다른 때보다 송구 시간도 오래 걸렸다. 공이 글러브에서 한 번에 빠지지 않았다. 공을 잡은 조인성이 2루 베이스커버에 들어간 박경수에게까지 걸린 시간은 2.80초다. 보통 조인성이 '앉아쏴'로 정상적으로 2루에 성구를 할 경우 2초내외다. 0.8초가 더 걸렸다.
이대호가 2루 베이스까지 걸린 시간은 4.15초였고, 김광삼-조인성 배터리가 견제부터 2루 송구까지 걸린 시간은 4.25초였다.
도루를 허용한 뒤 조인성도 마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투수 김광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 지 못했다. 그러나 2루 베이스에 안착한 이대호는 두 팔을 옆으로 뻗으며 자진해서 세이프 신호를 심판에게 보냈다.
0.1초의 차이가 이대호에게 1460일 만에 도루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