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증/거식증] 식이장애는 왜 여성이 많을까?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4.29 17: 30

[건강칼럼] 식이장애(폭식증/거식증)는 남녀 환자 비율이 약 10:1 정도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듯 식이장애의 남녀 비율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외모에 대한 가치 척도에서 남녀의 차이를 대변한다.
지난 95년 일본 히로시마 대학 연구팀은 여성의 뇌가 '신체상' 즉 '바디 이미지’와 관련된 단어들을 접할 때 남성의 뇌와는 다르게 반응 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결과로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앓고 있는 환자 수가 남성에 비해 여성이 10배나 더 많은 이유를 뒷받침 했다.
결국 여성이 남성보다 식이장애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신체, 몸에 대한 신경을 더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더불어 세상은 여성에게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의무라는 사회적 강박을 심어주게 된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생물학적 요인으로 남녀 간의 뇌 발달 차이나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두뇌화학 물질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반응성 차이를 거론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우울증을 겪는 환자에게도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신경전달 물질이어서 일부 학자들에 의해 우울증과 식이장애의 관련성이 집중 연구 중이다. 이는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이 다이어트를 할 경우 식이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점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의학적인 요인 외에 성장과정에서 겪은 경험이나 환경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주위에서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은 여성의 경우 자기 신체에 대한 불만족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열등감으로 나타나 음식을 먹지 않는 쪽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또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은 경우 스스로의 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극단적으로 음식을 거부해 몸을 마르게 하여 여성스러움을 없애고자 한다. 식이장애(폭식증/거식증)를 가장 심도 깊게 다룬 영화였던 박철수 감독의 [삼공일 삼공이:301 302]에서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성학대로 인해 거식증에 걸린 302호 여자 윤희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반면 가족에게 지나친 과보호를 받은 여성이나 무관심 속에 성장한 여성들은 부모에게 매우 의존적인 반면 독립하고픈 갈망이라는 양가 감정에서 끊임없이 절망을 느끼고 스스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으로 식이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양가감정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로서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갖는 것을 말한다. 즉 사랑과 증오 욕구, 삶과 죽음의 욕구, 건설과 파괴의 욕구 등이 양가감정이라 할 수 있다.
식이장애(폭식증/거식증)는 이처럼 유전적 심리학적 사회적 요인이 얽혀 나타나는 매우 복잡한 병이므로 혼자 습관을 개선하는 방법 등으로 치료될 수 없다. 대부분의 식이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숨기려고 하고 나아가 다이어트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더구나 식이장애(폭식증/거식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만성병으로 자리 잡은 후에야 의사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폭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식이장애는 진행성 장애이므로 오래 될수록 치료가 복잡하고 길어진다.
단순하게 폭식을 하지 않으려고 단식원이나 비만클리닉을 찾는 것은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 단식원이나 비만클리닉에서 단식을 한다고 해도 폭식증을 일으킨 심리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더욱 심한 폭식을 유발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장애(폭식증/거식증)는 단순히 식욕이 적고 많은 것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의 문제가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전문클리닉에서 정확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박사 (경희대 한의예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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