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6)에게는 한 가지 우승 방정식이 있다. 메이저대회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하면 우승을 놓치지 않는다. 역전 불허다. 비록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40)에게 첫 패배를 허용했지만, 우즈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다.
'피겨퀸' 김연아(21)도 비슷하다. 김연아 역시 쇼트프로그램에서 1등에 오를 경우 압도적인 우승 횟수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06년 이후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11번의 대회에서 9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81.81%. 김연아 또한 역전 불허로 부르기에 충분하다.
김연아가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술의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예술 점수에서도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예술 점수의 다섯 가지 요소에서 모두 8점 이상을 챙기는 저력을 발휘했다. 다른 선수들은 한 부문서도 8점을 넘기지 못했다.
피겨 전문가들이 30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는 이유다. 이번 대회에 피겨대표팀 단장으로 참가한 고성희(38) 대한빙상연맹 심판이사는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면 좀처럼 우승을 빼앗기지 않는다"면서 "기술 점수는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 점수는 갑자기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김연아에 0.33점 뒤진 안도 미키(24)의 역전 우승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우즈가 양용은에게 일격을 당한 것처럼 김연아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김연아는 200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을 허용해 3위에 그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안도였다. 안도는 올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역전 우승을 일궈내 '역전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연아가 4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셈이다.
한편 김연아는 30일 24명의 출전 선수 중 21번째로 새로운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를 연기하게 된다. 마지막 조의 세 번째다. 김연아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안도는 마지막 조의 첫 번째를 뽑았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모스크바=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