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선율에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기다렸던 팬들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피겨퀸' 김연아(21)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8.59점을 획득해 쇼트프로그램 점수(65.71점)를 합쳐 총점 194.50점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김연아의 연기는 지금껏 보여준 것과는 다른 감동을 선물했다. 이날 김연아는 한국의 전통 음악인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적인 이미지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의상을 입고 빙판을 수놓으며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연아의 연기 중 가장 아름다웠던 대목은 바로 몸을 꺾은 상태로 빙판을 활주하는 스파이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는 찬사를 받았던 김연아는 이번에도 한 차원 발전된 면모를 드러냈다.
아리랑이 흐르면서 스파이럴을 연기하는 모습이 마치 선율에 녹아드는 것처럼 보인 것. 왜 김연아가 스스로 "오마주 투 코리아의 포인트는 스파이럴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지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김연아의 스파이럴은 단순히 음악에 녹아든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올해부터 규정의 변화로 스파이럴 시퀀스가 새롭게 코레로 스파이럴로 바뀌면서 연기의 패턴도 변했다. 과거 스파이럴이 3초로 한 번을 연기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그 2배인 6초를 연기해야 한다. 이에 김연아는 스파이럴을 두 번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아름다운 연기를 연출해냈다.
김연아는 "내 연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내가 이룬 목표를 뛰어넘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한국의 느낌을 세계인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모스크바=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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