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1일 부산 사직구장. 원정 중이던 두산 베어스 선수들은 한 내야수를 향해 너나 할 것 없이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넸다. 2007년 10월 4일 잠실 한화전 이후, 공익 소집해제 후 첫 1군 등록을 뒤로 한 채 경기 출장 없이 하루 만에 2군으로 내려가는 선수에게 선후배들은 힘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윤석민(26. 두산 베어스). KIA 에이스 윤석민과 동명이인이지만 실상 구리 인창중 1년 선배인 그는 데뷔 초기 '제2의 김동주'라는 별명을 얻으며 자라났으나 결국 2군에서만 제 모습을 보인 채 1군에서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잊혀지는 듯 했던 유망주가 지난 4월 29일 선두 SK와의 경기서는 '사고'를 쳤다.

윤석민은 2-3으로 뒤진 6회초 2사 만루서 대타로 나서 상대 좌완 고효준의 초구를 당겨 2타점 좌익수 방면 역전 결승타로 연결했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퀄리티스타트 투구 이후 승리 계투진의 호투가 이어졌으나 그의 천금 결승타가 없었다면 선두팀에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팀이 주목하던 중장거리형 유망주였다. 2군에서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이 보장되었던 그는 2006년 롤모델 김동주의 어깨 부상으로 기회를 잡는 듯 했으나 27경기 1할7푼8리 3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2년 후 그는 군입대 시기가 조정되지 못하는 불운 속 공익근무로 입대해야 했다.
"퇴근 후에는 계속 모교에 가서 훈련했어요. 감은 잃지 않아야 했으니까". 소집해제를 앞두고 윤석민은 남은 휴가를 뒤로 몰아 이천 베어스 필드에서 훈련에 힘썼고 2군서 65경기 3할3푼3리 17홈런 5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2년 넘는 실전 공백을 감안하면 분명 뛰어난 성적이었다.
"훈련 진짜 많이 했어요. 공익근무 기간 동안 모교서 개인훈련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2군 성적이 의외로 잘 나와서 조금 놀랐어요. 특히 예전에는 2군에서도 그만큼 홈런이 나온 편은 아니었는데".(웃음) 못 보는 사이 팀 내 최하위권이던 주력도 중간 수준은 되는 야수가 된 윤석민이다.
김경문 감독은 윤석민에 대해 '절박함이 필요한 선수'였음을 강조했다. 공익 입대 전 그가 유망주라는 틀 아래 절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지금은 절박함을 스스로 알고 힘을 다해 뛰고 있다는 흐뭇함을 엿볼 수 있었다.
"석민이 허벅지를 봤는가.(웃음) 부모님으로부터 정말 좋은 몸을 물려받은 아이다. 다만 공익 가기 전에는 뭔가 '반드시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이제는 뭔가 달라진 것 같더라". 지난해 1군 출장 없이 하루 만에 돌려보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다소 박한 출장 기회를 부여한 것 또한 김 감독이 윤석민의 절박함 여부를 시험한 것과 같다.
매섭게 가르친 선수가 무언가 해낸다면 그 이후 반드시 또 다른 큰 기회를 주는 지도자가 바로 김 감독.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 윤석민이 비로소 1군에서 제 잠재력을 모두 내뿜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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