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저도 무표정한 선수였죠".
'피겨퀸' 김연아(21)가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김연아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2011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취재진과 만나 후배들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 "한 달간 정말 놀랬죠"

김연아는 한국의 모든 피겨 꿈나무들의 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김연아가 바다 건너 저 편의 미국 땅에서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1개월은 꿈나무들에게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김연아와 같이 구슬땀을 흘렸으니 당연한 노릇이었다.
김연아도 이 시기가 싫지는 않았다. '김연아 키드'라고 불리며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사랑스러웠다.
김연아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김연아는 "한 달간 정말 놀랬죠. 한국 선수들이 많이 발전했거든요.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하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보다 잘하는 것 같은 선수도 있었어요. 김해진 선수죠"라고 웃었다.
▲ "예전에는 저도 무표정한 선수였죠"
그러나 김연아는 냉정한 면모도 보였다. 여전히 기초적인 스케이팅 기술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성장을 바란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까지 이어졌다.
김연아가 바라는 변화는 '기술'에 얽매이지 말고 '연기'를 해보라는 것. 김연아 역시 어린 시절에 고민하던 문제였기에 그 충고에는 진정성이 엿보였다.

김연아는 "후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쑥스러움을 많이 타요. 사실 이 문제는 한국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동양 사람들의 특징 같기도 하거든요.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연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김연아는 "쑥스럽더라도 내면의 연기를 꺼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요. 국제대회에 나가서, 관중 앞에 연기를 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사실 예전에는 저도 무표정한 얼굴로 점프만 뛰던 선수였죠. 그래서 후배들이 더 변했으면 해요"라고 덧붙였다.
▲ "후배들을 도와주실 분 없나요?"
김연아의 후배 사람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한국의 부족한 시설이 확충됐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그 전에도 부족했던 아이스링크가 이제는 피겨를 시작하는 꿈나무들의 증가로 과밀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피겨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스링크는 그대로죠. 예전보다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더 부족해진 거예요. 당장 다른 나라처럼 경기장을 짓자는 건 아니에요. 훈련할 수 있는 링크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어디 후배들을 도와주실 분 없나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모스크바=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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