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르고 매서운 타격. 넓은 수비범위를 바탕으로 타구 포착 능력까지 뛰어난,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 두산 베어스 센터라인의 주축이자 국가대표 중견수인 '종박' 이종욱(31. 두산 베어스)을 대표하는 플레이다.
지난 4월 24일 대전 한화전서 마일영의 태그를 피하다가 왼손 엄지 타박상을 입어 정상적인 출장이 어려워진 이종욱. 1일 1-3으로 패한 문학 SK전은 이종욱의 부상이 얼마나 뼈아픈 지 알 수 있게 했다.

4회말 2사 후 SK 공격. 최정이 친 타구는 중견수 유재웅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 상황에서 유재웅은 공의 진로를 먼저 차단하기보다 공의 궤적을 따라가다 2루타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종욱과 유재웅의 발 빠르기 차이도 감안해야 했으나 먼저 끊어주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뒤이어 나온 이호준의 타구. 이는 외야 좌중간을 향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이종욱이었다면 쉽게 잡았을 타구였으나 이는 유재웅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었다. 2사였기 때문에 최정은 이미 스타트를 끊은 뒤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2-1 리드를 만들었다. 그에 앞서 3회에는 임훈의 플라이 때 우익수 정수빈과 충돌할 뻔 했다.
5회 두산은 유재웅을 빼고 신인 정진호를 기용했으나 그 또한 아쉬운 수비로 이종욱을 그립게 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임훈의 타구를 뒤로 흘려보내며 결국 3루타를 내준 것. 다행히 김성배가 안치용을 3루 땅볼로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자칫 대량실점 빌미가 될 수 있었다. 이종욱은 8회말 대수비로 중견수 자리에 나섰으나 이미 승기는 상대에게 넘어간 뒤였다.
공격 면에서도 이종욱의 공백은 컸다. 1번 타자로 나선 고영민은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이종욱의 대체자가 되지 못했다. "내 후계자 같은 후배"라며 이종욱이 직접 애정을 쏟는 정수빈 또한 1회 3루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대안도 없었다. 이종욱이 타박상을 겪는 와중에서 가장 수비력이 안정된 임재철은 발목 부상으로 지난 4월 29일 엔트리서 제외되었다. 또다른 실력자 민병헌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으로 입대했다.
정수빈을 중견수로 돌리는 방안도 있지만 SK에는 좋은 좌타자들이 많다. 작정하고 끌어당겨 치면 우익수 자리가 더욱 불안해질 따름. 우익수 자리는 그저 눈으로 하는 수비가 아닌 타격음과 타구각을 보고 재빨리 낙구지점을 포착하는 수비가 필요한 곳이다. 김경문 감독은 눈으로 쫓는 수비가 더 많은 중견수 자리로 유재웅을 배치했으나 이는 결국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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