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활이다.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류현진은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지난달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8이닝 4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패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완투경기. 개인 통산 25번째 완투이자 4번째 2경기 연속 완투였다. 류현진의 최근 3경기 성적은 2승1패 평균자책점 1.80. 류현진 본래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통산 100승을 거둔 '제구력의 마술사' 이상군 한화 운영팀장도 그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완벽한 강약조절

시즌 초반 류현진은 뭔가에 쫓기는 느낌이었다. 개막전에서 뭔가 풀리지 않았고 이후 몇 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1~3회에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4회부터 집중타를 맞으며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개막 첫 3경기에서 류현진의 1~3회 피안타율은 7푼1리였지만 4회 이후 피안타율은 4할5푼2리였다. 피홈런 4개도 모두 4회 이후 얻어맞은 것이었다. 이상군 팀장은 "(지난달 8일) LG전을 보니 초반부터 전력으로 투구하더라. 하지만 현진이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이제야 본래의 모습을 찾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LG전에서 류현진은 1~3회 145km 이상 강속구를 13개를 던졌으나 이후에는 3개밖에 없었다.
류현진의 투구 패턴이 바뀐 건 지난달 20일 대전 롯데전부터였다. 이날부터 경기 초반부터 전력투구하는 대신 기존의 강약조절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이후 3경기 류현진의 1~3회 피안타율(0.161)보다 4회 이후 피안타율(0.158)이 훨씬 낮아졌다. 피홈런은 하나도 맞지 않았다. 이상군 팀장은 "보통 투수들은 대개 경기 초반에 전력투구하면서 점점 힘이 떨어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현진이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공이 빨라진다. 그만큼 강약조절을 잘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완투한 2경기에서도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8~9회에도 140km 후반대가 찍혔다. 류현진도 "경기 초반 전력투구하는 대신 예전처럼 강약조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 완벽한 칼제구
류현진이 시즌 초반 흔들린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제구난이었다. 개막 후 2경기 연속 5볼넷 경기를 하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에서 볼넷은 3개-3개-2개-0개로 차츰 줄어들고 있다. 특히 1일 대구 삼성전에서 무려 134개의 공을 던지는 와중에도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무사사구 완투승. 이날 경기에서 구심을 맡은 김병주 심판원은 4회 1사 박석민의 타석 때 볼카운트 2-0에서 류현진의 바깥쪽 낮게 깔린 149km 직구에 삼진아웃 포즈를 취하다 말았다. 공이 약간 빠진 것이었는데 워낙 제구가 잘 되다 보니 스트라이크로 착각한 것이다. 그만큼 이날 원하는 곳으로 공이 완벽하게 들어갔다.
현역 시절 최고의 컨트롤러로 명성을 떨친 이상군 팀장은 류현진의 최대 장점으로 제구력을 꼽았다. "현진이는 구위도 좋지만 제구가 정말 좋다. 내가 현역 때 제구력이 좋았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평균 138km로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스트라이크존이 지금보다 훨씬 넓었고, 타자들도 힘이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투수들이 좋은 시절에 운좋게 던진 결과였다. 지금 현진이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진다. 그게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게 이상군 팀장의 설명이다. 류현진도 삼성전 완투승 이후 제구력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안 좋은 경기에서는 늘 볼넷이 많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라도 볼넷을 안 주기 위해 가운데로 던졌다. 아버지 말대로 홈런을 맞더라도 볼넷을 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 에이스 정신
삼성전 완투승 후 류현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신경현은 "내가 한 건 없다. 오늘은 현진이가 직접 사인을 내고 던졌다. 현진이 혼자 다한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지난달 20일 롯데전에서 이희근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이후 류현진은 자신의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이상군 팀장은 "보통 투포수간의 사인은 90% 이상 포수가 낸다. 하지만 투수가 베테랑일 경우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 자신을 컨트롤하며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인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잡아도 무리가 없다. 코치로도 류현진을 지도한 이 팀장은 "워낙 영리하고 상황에 맞춰 던질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날 류현진은 총 134개 공 가운데 무려 90개를 직구로 던졌다. 무려 67.2%의 공을 직구로 승부한 것이다. 구위가 완벽하지 않았던 개막 첫 2경기에서는 직구 비율이 52.3%(112/214)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후 4경기에서는 직구 비율이 61.9%(301/487)로 크게 올랐다. 과감한 정면승부 중에 간간히 섞어던지는 서클 체인지업과 슬로커브가 더 효과적으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직구가 살아야 변화구도 빛을 본다"는 말로 설명했다. 모든 변화구도 결국에는 직구 구위가 살아야 함께 빛을 본다는 이야기였다. 에이스로서 확실한 정면승부로 난관을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군 팀장은 "모든 면에서 최고 투수"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아마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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