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구구장. 8회 마운드에 오른 한화 선발 류현진이 삼성 첫 타자 진갑용을 2루 땅볼로 처리했다. 단순한 아웃카운트가 아니었다. 지난 2006년 데뷔한 이래 6시즌 만에 개인 통산 1000이닝을 돌파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아웃카운트 5개를 더 잡고 경기를 끝낸 류현진의 통산 투구이닝은 1001⅔이닝으로 불어났다. 6시즌 145경기만에 달성한 기록. 사실 최연소도 아니고 최소경기도 아니다. 주형광과 정민철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현대 야구에서 류현진의 1000이닝 돌파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 놀라운 이닝이터
류현진은 통산 145경기에서 1001⅔이닝을 던졌다. 단순 계산하면 경기당 평균 6.9이닝을 던졌다는 이야기다. 한 번 나올 때마다 7이닝 가깝게 막아준 투수라는 계산이 나온다. 데뷔 첫 해 구원등판 2차례을 제외하고 송진우의 은퇴경기에서 1회 무사 1루부터 올라온 경기를 포함할 겨우 143경기에서 평균 7.0이닝을 던졌다. 실제로 선발등판 때마다 7이닝을 책임진 것이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이 기본적으로 7이닝을 던진다는 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류현진에 앞서 1000이닝을 돌파한 장원준의 평균 투구이닝이 4.9이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 '특' QS 전문가
류현진은 데뷔 후 145경기 중 142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이 중 퀄리티 스타트는 무려 99차례나 된다. 퀄리티 스타트 성공률로 따지면 69.7%에 달한다. 그런데 류현진의 퀄리티 스타트는 일반적인 기준이 되는 6이닝 3자책이 아니다. 최소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가 류현진표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이 된다. 류현진은 99차례 퀄리티 스타트 중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퀄리티 스타트가 74차례나 된다. 여기에 25차례의 완투와 8차례의 완봉이 포함돼 있다. 더 놀라운 건 류현진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것이 총 7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에게 5회 이전 조기강판은 1년에 한 번쯤 찾아오는 연례행사와 같다.

▲ 1000이닝 2점대 방어율
한국프로야구 통산 평균자책점 기록은 1000이닝 돌파를 기준으로 삼는다. 류현진도 이제 당당히 역사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이 됐다. 류현진의 현재 마크하고 있는 통산 평균자책점 2.82는 선동렬(1.20)·최동원(2.46)·정명원(2.56)에 이어 역대 4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만 24세, 데뷔 6년 만에 1000이닝을 넘어선 것도 대단한데 이렇게 평균자책점까지 낮다. 그것도 거의 매경기 7이닝 이상 던지며 기록한 평균자책점이라는 점에서 값어치가 크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1000이닝을 넘기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구대성(2.85)·최일언(2.87)·박철순(2.95)·김용수(2.98)가 있다. 2000년대 데뷔한 투수로는 류현진이 처음이다.
▲ 쉬지 않는 고무팔
류현진은 지난달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총 127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했다. 그로부터 4일 휴식을 취하고 나온 1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후 최다 투구수 타이 기록인 134개의 공을 뿌리는 투혼으로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류현진의 데뷔 4번째 연속경기 완투. 지난 2007년 6월3일 대전 삼성전, 9일 청주 LG전, 15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3경기 연속 완투 경기를 한 적도 있다. 당시 투구수는 111-124-121개. 류현진은 한경기 투구수 120개 이상 기록한 게 35경기나 되며 그 중 4경기에서는 130개 이상 던졌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완투형 피처인 것이다. 류현진이 134구 완투승을 거둔 날 한용덕 투수코치는 "현진이에 대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오히려 너무 무리시키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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