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팀과 절묘한 부조화 속 25타석만의 안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5.02 10: 07

'야구는 팀 경기면서도 개인 경기다'.
넥센 4번타자 강정호(24)가 25타석만의 안타로 본격적인 4번 타자 부담 극복에 돌입했다.
강정호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에 유격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까지 20타석 무안타를 치고 있던 강정호였지만 넥센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변함없이 타선의 핵심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날 강정호는 부진의 끝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삼진, 삼진, 삼진, 유격수 땅볼. 4번째 타석까지 침묵했다. 24타석째 무안타이기도 했다. 특히 1회(2사 2루), 2회(2사 1, 3루), 4회(1사 1, 2루)는 모두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웠다.
강정호 본인은 말할 것도 없다. 시범경기에서조차 "다른 팀 4번 타자는 홈런을 펑펑치는데 좀 창피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4번의 무게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강정호의 행보가 팀과는 정반대였다는 것이었다. 강정호는 지난 23일 패했던 목동 삼성전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친 후 계속 침묵했다. 볼넷만 3개를 얻어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팀은 신기하게 24일 목동 삼성전부터 4연승을 달렸다. 넥센이 4연승을 달린 것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이었다. 팀이 승승장구 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강정호에게 쏠리는 시선과 부담이 덜했다. 일반적으로 팀 성적과 그 팀의 중심타자가 한꺼번에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 반해 넥센과 강정호는 절묘하게 부조화스러웠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배려도 있었다. 이광근 수석코치는 이런 강정호를 지켜보며 "부담을 스스로 넘어서는 과정"이라며 "알을 깨고 나오는 몫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며 관여보다는 관망을 택했다.
미디어데이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정호는 무조건 4번타자"라고 선언했던 김시진 감독은 "세상에 영원한 4번이 어디있나. 못하면 바꾼다"고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얼마전에는 이례적으로 프리배팅을 하던 강정호를 직접 불러 투구 이론을 타격 이론에 접목시킨 팁을 조언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그동안 강정호는 팔로 스윙이 짧아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두 번 못친 것에 몰입한 나머지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탓이었다. 평소 비거리가 대폭 줄어들었다. 너무 완벽하게 치려다보니 생긴 부진이었다.
 
이날 강정호는 꼭 필요한 안타를 2개 때려냈다. 6-8로 뒤진 8회 1사 2루에서 1, 3루로 찬스를 잇는 안타를 쳤다. 25타석만의 안타. 알드리지의 빗맞은 우전안타 때는 3루로 뛰어 상대 실책을 유도, 극적인 동점 주자가 됐다. 9회 2사 1, 2루에서는 땅볼에 그친 강정호였지만 9-9로 맞선 연장 11회 2사 2루에서 극적인 좌전적시타를 뿜어냈다. 살짝 무너진 타격폼이었지만 끝까지 스윙 궤적을 만들어냈다.
 
결국 강정호의 이 적시타는 결승타로 변모했다. 거침없이 홈으로 뛰게 한 이광근 코치와 재치있는 슬라이딩 홈 대시를 성공시킨 유한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무리로 나선 이보근이 까다로운 이대형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팀의 상승세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었다.
 
결국 강정호의 슬럼프 기간 단축은 팀의 상승곡선 덕분이라고 해도 무관하다. 팀이 강정호를 살린 만큼 이제 위기에서 강정호 한 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넥센은 어느새 공동 5위로 올라섰다.
letmeout@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