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말 그대로 비난을 받았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밤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0~2011 EPL 35라운드 아스날과 원정경기서 큰 기대를 받고 풀타임 출전한 박지성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그동안 '아스날 킬러'라 불릴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인 박지성은 주전 대부분과 비슷한 모습으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그만큼 부담스러운 경기였고 맨유와 승점 9점 차 3위로서 역전 우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놓치 않고 있는 아스날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후 맨유TV와 인터뷰서 "반 더 사르가 선방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데르손을 빼고 발렌시아를 투입할 때 박지성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왼쪽 측면으로 가려고 했다. 그 때문에 람지가 득점하기 쉬웠다. 우리 플레이의 유일한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박지성이 경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아스날에 결승골을 내줬다는 말이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박지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던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일갈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주중 독일 샬케04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다녀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지 못했다. 아스날에 점유율을 완전히 내주면서 경기를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퍼거슨 감독은 가장 모범적인 선수이지만 골을 내주는 장면에 직접 연관된 박지성을 '희생양'으로 삼아 주전 대부분에게 싫은 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PL과 UCL 우승을 모두 노리는 퍼거슨 감독은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지성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한국 팬들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퍼거슨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에 대한 불만을 직접 나타내는 스타일이다. 지난 2004년에는 가브리엘 에인세가 올림픽에 출전하자 "에인세가 돌아와도 출전시키지 않겠다"면서 몽니를 부리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라이언 긱스에게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그동안 거의 박지성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부상을 당했을때도 빨리 복귀하라는 말이나 팀에 필요한 선수라며 안타까운 입장을 내놓기만 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직접적으로 박지성을 언급하면서 그때문에 실점했다는 이야기를 내놨다.
이로 인해 오는 5일 새벽 벌어질 샬케04와 UCL 4강 2차전을 앞두고 박지성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큰 경기에 강한 박지성이지만 아스날과 경기서 그의 플레이에 만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바꾸며 전술적 변화를 기하는 퍼거슨 감독의 선택에 들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유럽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고 아스날과 경기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던 박지성이기 때문에 분명 퍼거슨 감독의 스쿼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샬케04와 경기서 박지성이 맡을 역할의 변경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에 대한 일갈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bird@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