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이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인민군 장교로 분했다.
영화 ‘싱글즈’의 수헌부터 ‘방자전’의 방자까지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로맨틱 가이로 대한민국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김주혁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의 인물로 변신한 것.
‘적과의 동침’에서 김주혁은 날선 이념 대립 앞에 외롭게 선 군인이자 한 여자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정웅’ 역을 맡아 향기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게 힘에 부치기도 하련만 김주혁은 쉴 줄 모른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적과의 동침’을 위해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차기작 ‘통증’의 촬영을 마쳤고, 곧 ‘커플즈’ 촬영을 시작한다.
무엇이 그를 춤추게 할까.
“연기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다. 연기 이외에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게 없기 때문에 이 작품이 끝나면 다른 작품을 하면서 에너지를 채워 넣으려고 한다. 물론 집에서 푹 쉬면서 육체적, 정신적 힘을 충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우는 김주혁에게 직업이 아닌 숙명과도 같아 보였다. 연기를 해야 즐겁고, 연기를 해야 에너지를 얻는다니 타고난 배우 아닌가. 하지만 정작 자신은 “내가 연기를 할 줄 몰랐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주말의 명화’는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대학가서 첫 연극하고 배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연기란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그의 필모그래피엔 유독 멜로 영화가 많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 빛을 내는 눈빛 등 강렬한 이미지로의 변신이 가능한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도 그는 여전히 로맨틱한 남자로 남아있다. 달리 이유가 있는 걸까.
“갱스터 영화, 악역도 해보고 싶다. 이런 쪽의 시나리오도 모두 봤는데 당시 들어왔던 시나리오들 중 멜로 영화들이 완성도가 더 높았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일 뿐 한 장르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적과의 동침’도 기존에 해왔던 작품에 비해 휴먼적인 느낌이 있어서 한 번 해보고 싶어 선택했다.”
지금까지 많은 여배우들과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노하우도 있다. 여배우들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예민하게 반응해 주는 것. 영화 속 상대역인 정려원은 그런 김주혁을 “여배우들에겐 로또 같은 배우”라고 평했다.
여배우뿐만 아니다. 김주혁은 현장에서 선후배를 살뜰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배우, 후배 배우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웃음) 여배우들과는 영화 작업을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다 뿌린 대로 거둬들이는 거다. (인터뷰와 같은) 영화 마케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촬영장 내에서는 괜찮은 사람이다.”
유독 비가 많이 내린 지난해 여름 ‘적과의 동침’을 찍느라 배우, 스태프를 모두 생고생을 했다는 ‘적과의 동침’.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흥행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물론 잘되면 좋겠다. 돈을 번다는 차원이 아니라 연기자, 스태프들이 고생한 만큼 관객들이 봐줬으면 하는 거다. 재미가 있든, 없든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나. 욕을 하던 칭찬을 하던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보람이 된다. 연기자로서 고생한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다.”
쉬지 않고 걸어가는 배우 김주혁, 그는 현재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꾸준히 간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 내 평생 거북이걸음으로 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젠 삶의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다른 취미생활이나 뭔가 삶에 활력소를 주는 것을 찾았으면 한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 에너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 무엇. 좀 더 멋지게 살고 싶다.”
tripleJ@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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