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에이스는 영원한 에이스다.
삼성 12년차 우완 투수 배영수(30)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배영수는 지난 1일 대구 한화전에서 8이닝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한화 에이스 류현진과 후회없는 투수전을 벌였다. 올해 4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28.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총 24⅔이닝을 던져 선발등판 때마다 평균 6.2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모진 풍파를 겪고 돌아온 에이스는 더 강해져있었다.
▲ 배영수의 8이닝

이날 배영수는 근래 들어 최고 피칭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8이닝을 던졌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었다. 배영수의 8이닝 투구는 지난 2005년 6월12일 수원 현대전 이후 무려 5년10개월19일만의 일이었다. 과거 배영수에게 8이닝은 호락호락한 숫자였다. 데뷔 첫 6년간 10차례나 8이닝 이상 던졌다. 그 중에는 완투도 7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발목과 팔꿈치에 손상이 오기 시작한 2005년 올스타 휴식기 이후 배영수는 더 이상 그렇게 던질 수 없었다. 그런데 6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배영수는 다시 8이닝을 던졌다. 그것도 그냥 던진 게 아니었다. 투구수 102개를 마운드에 있는 마지막까지 힘 있게 던졌다. 8회에도 배영수는 정원석을 상대로 4구째 144km 직구를 과감하게 뿌렸다. 정원석의 배트는 밀렸고 우측으로 벗어나는 파울이 됐다. 배영수의 볼끝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 완벽한 기교파
이날 배영수는 총 102개의 공 가운데 50개를 직구로 던졌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5km였으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볼끝에 힘이 붙었다. 그가 6회부터 8회까지 피안타 하나만 맞고 나머지 타자들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그 1안타도 2루쪽 내야안타. 철저하게 맞춰잡는 피칭이었다. 좌우코너를 찌르는 안정된 제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에 한화 타자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적인 피칭도 변함없었다. 102개의 공 중 70개가 스트라이크였고, 33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24차례 잡았다. 올해 배영수의 9이닝당 볼넷은 1.82개에 불과하다. 유일한 실점이자 결승점이 된 1회 투런 홈런도 몸쪽 낮게 131km 체인지업이 잘 떨어졌는데 장성호가 기 막히게 받아친 것이었다. 경기 후 배영수는 "졌지만 후회없다. 성호 선배가 잘쳤고 현진이한테 한 수 배웠다"고 깨끗하게 인정했다.
▲ 노장은 없다
배영수는 올해로 어느덧 프로 데뷔 12년차가 된 베테랑이다. 그는 "주위에서 자꾸 나를 노장 투수라고 하는데 이제 만으로 서른살이 됐다. (장)원삼이랑 달랑 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사람들이 원삼이는 영건이라고 부르고 나한테는 노장이라고 한다. 30대 중반으로 보는 분들이 많고 마흔살로 보는 분들도 있었다.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어릴 때부터 선발로 꾸준하게 활약하며 얼굴을 알린 탓. 배영수도 "그동안 많이 던지기는 던졌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배영수가 노장이라는 표현에 손사래를 치는 데에는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직은 배울게 많다. 요즘 들어 기본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는 게 배영수의 말이다. 그래서 배영수는 "난 절대 노장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영원한 에이스의 화려한 부활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