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을까.
서용빈(40) LG 트윈스 타격코치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쿨가이'박용택(32)에 대해 "남은 시즌 과정만 충실히 한다면 홈런왕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서 코치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넥센전에앞서 "요즘 박용택의 맹타 비결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서 "무엇보다 팀의 중심타선에서 잘 해주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홈런왕 후보 박용택, 어떻게 변했나?
박용택은 지난 겨울 지명타자로 전환하면서 체중을 98kg까지 늘리는 등 홈런타자로 변모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시즌이 시작되고 요요현상이 생기면서 본래 체중인 92kg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겨우내 늘어난 파워 덕분이었을까. 박용택은 3일 현재 24경기에 출장해 3할5푼6리의 타율에 홈런 6개를 포함해 31안타 21타점 23득점 7도루를 기록 중이다.
특히 박용택은 홈런 부문에서 '빅보이'이대호를 따돌리고 단독 1위에 올랐다. 득점권 타율도 4할4푼이나 되고, 올 시즌 LG가 거둔 13승 가운데 결승타도 4개나 된다. 지난 시즌 이맘때 박용택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1할대 타율을 기록중이던 점에 비춰볼 때 올 시즌 초반 출발은 매우 좋다고 볼 수 있다.
▲박용택의 좋아진 점 2가지
서용빈 코치가 꼽은 박용택의 맹타 비결은 투수의 공이 몸쪽으로 들어와도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고 상하체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 개막 2연전에서는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는 지난 4월 2일 잠실 두산전에서 4번타자로 출장했으나 4타석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한 데 이어 3일 3타석 2타수 무안타 1삼진을 당하며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이후 SK와 2연전에서도 8타수 1안타에 그치며 정상적인 타격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때까지 박용택은 타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스윙을 하곤 했다. 그러나 8일부터 있는 대전 한화전에 앞서 서용빈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엉덩이 중심 뒤로 빠지지 않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박용택은 9일 6타수 4안타에 시즌 첫 홈런포도 쏘아 올렸다.

이후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하던 박용택은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장원준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 1삼진을 당했다. 이번에는 상하체 밸런스가 문제였다. 다음날 박용택은 서 코치와 또 다시 많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상하체 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했다. 효과는 다음날 곧바로 나타났다. 박용택은 27일 롯데전에서 또 다시 6타수 4안타에 홈런을 두 개나 쏘아 올렸다.
▲홈런왕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제 정규리그 한 달을 소화한 시점에서 섣불리 박용택이 홈런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박용택은 워낙 성실하고 야구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타석에서 집중력이 강하다.
서용빈 코치는 박용택에게 "목적을 위해서는 과정을 중요시 해야 한다. 과정만 충실히 한다면 홈런왕도 가능하다"고 말한 뒤 "그렇지 않을 경우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서 코치는 또 "가장 주의할 점은 투수가 피해갈 때 쫓아가면 안 된다. 타격감이 좋아 상대 투수들이 견제가 심할수록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것만 쳐야 한다"며 "선구안과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코치는 선수시절 빼어난 선구안을 지닌 것으로 유명했다. 폭발적인 파워는 없었지만 커다란 슬럼프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스타일이었기에 타자들의 심리를 잘 안다.
마지막으로 서 코치는 "박용택이 지난해 좌익수를 보다 올 시즌 지명타자로 나선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수비를 하는 것보다 적응만 된다면 지명타자가 더 좋다"면서 "체력이 비축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과연 박용택이 잠실을 홈으로 쓴 약점을 극복하고 홈런왕에 오를 수 있을까. 정작 박용택은 "아직까지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하며 웃음만 지었다.
24경기를 치른 현재 6홈런을 기록중인 박용택. 현재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33개의 홈런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이대호(29, 롯데)가 지난 1일 시즌 5호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홈런 레이스를 시작한 만큼 이들의 맞대결도 흥미진진하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