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 아이와 사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5.03 17: 06

- 건강이 최고
[이브닝신문/OSEN=김달래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몸으로 겪어온 생활 속의 체험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관상이나 손금을 통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고, 많은 날을 살아온 노인의 지혜도 마찬가지다. ‘마의상법’이란 책에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길흉화복을 점치는데 관상보다는 골상이 중요하고, 골상보다는 심상, 즉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얼굴의 표정이나 동작을 관찰하는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자세히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애들을 진찰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린애들은 배가 고프기만 해도 ‘배 아프다’고 말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도 ‘배 아프다’고 표현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키면 꾀병을 부리느라 ‘배 아프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배 아프다’는 것은 곧 어딘가 불편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나은 편에 속한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되는 아기가 우유를 먹지 않고, 푸른 똥을 보거나 설사를 하고, 또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린다면 어머니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갓난 아이가 아파서 꼼지락거리면서 칭얼거릴 때 주위 사람들은 편안할 수가 없다.
부모 품에 안겨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내원한 어린아이가 사관(四關, 손과 발 네 곳의 급소)만 트고 나면 진료실을 나설 때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방긋거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 정도의 위급한 일은 집안에 어른이 있다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여건이 달라지다보니 겪지 않아도 될 일들로 고생하는 젊은 부모들이 많아졌다. 인생의 지혜가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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