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슴이 미어지더라구."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의 134구 완투승 여운은 이틀이 지난 뒤에도 한화 덕아웃에 감돌아 있었다. 이날 류현진은 9회까지 총 134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았다. 지난달 26일 목동 넥센전 127구 완투패 이후 2경기 연속 완투. 3일 SK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대전구장에서 만난 한대화 감독도 그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감독은 "원래 7회까지만 던지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삼성에서 배영수가 8회에도 올라오더라. 본인이 한용덕 투수코치를 통해 자기가 8회에도 던지겠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9회에도 만류할 생각이었지만 류현진이 다시 한 번 직접 마무리짓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본인이 마무리하겠다고 하는데 빼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이 한 감독의 말.

9회 2사 후 한 감독은 또 다시 마운드에 올라갔다. 한 감독이 "벌써 투수구 130개가 넘었다"고 말하자 류현진은 "한 타자만 마무리하면 된다. 그 대신 하루 더 쉬게 해달라"고 한 감독에게 애원했다. 옆에 있던 포수 신경현도 "한 타자만 상대하면 되는데 그냥 가시죠"라고 거들었다. 한 감독은 순간 웃음이 터졌고, 결국 마운드에서 혼자 내려왔다. 류현진은 마지막 타자 라이언 가코를 초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한감독은 "사실 8회에부터 가슴이 에리더라. 애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았다"며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해 내가 다 죽겠더라"고 떠올렸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각별했다. 한 감독은 "시즌 초반 2연패한 뒤 류현진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던져라'는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더라"고 했다. 이어 볼 배합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길 주문했다. "포수 사인대로만 가지 말라 했다. 투수가 던질 때 기분이 묘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싫다고 고개를 가로저어라고 했다"는 것이 한 감독의 설명. 그래서 포수도 신경현에서 이희근으로 바꾸기도 했다.
한 감독은 "초반에는 제구가 안 좋았다. 볼넷도 많았고 가운데로 몰리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제구가 많이 안정됐다"며 "하루 더 휴식을 취하게 한 뒤 8일 대전 넥센전에 등판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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