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선두' 박현준, "우승할 때까지 만족하지 않겠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04 07: 07

"우승하기 전까지 만족하지 않겠다".
박현준(25)이 올 시즌 LG 트윈스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아니 에이스다.
박현준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15개를 던지며 탈삼진 10개 3피안타 5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거뒀다.

보통 때 같았으면 9이닝 무실점이면 완봉승이 되어야 하지만 9회까지 양팀이 0-0을 유지하면서 연장전에 돌입해 완봉승은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장 10회초 박용택이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날리면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투구 내용은 예술에 가까웠다. 특히 박현준은 이날 제구력이 올 시즌 6경기 가운데 최고였다. 김준기 LG 전력분석 과장도 "오늘따라 제구력이 더 좋아 보인다" "유난히 우타자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좋다"고 평가했다. 박현준은 지난 20일 문학 SK전과 2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슬라이더의 제구가 원활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각도도 밋밋했고 잘 꺾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올 시즌 최고의 슬라이더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들어가면서 주무기인 포크볼까지 타자들이 어려워했다. 이날 박현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9km까지 나왔고, 포크볼 역시 127∼134km를 찍으며 좌우 코너워크 뿐 아니라 완급조절까지 하면서  9이닝 동안 두산 타자들을 지배할 수 있었다. '주장'박용택도 경기 후 "오늘 박현준은 투구는 정말 아름다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박현준은 4일 현재 다승부문에서 더스틴 니퍼트(30, 두산)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고 탈삼진에서도 '괴물'류현진(24, 한화)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도 2.50으로 4위다. 박현준은 또 39⅔이닝을 던져 투구 이닝도 류현진(41⅓이닝)에 이어 전체 2위다.
무엇보다 그의 호투에 박종훈(52) LG 감독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웃음이 가득했다. 박현준은 이미 박종훈 감독의 마음 속에 있다. 일단 지난해 LG와 SK의 3-4 트레이드 때 박 감독의 마음 속에는 박현준이 중심에 있었다. 박 감독은 두산 퓨처스(2군)를 맡았을 때부터 박현준의 구위를 눈여겨봤다.
우완 정통파가 아닌 사이드암 박현준은 150km가 넘는 직구를 던질 뿐 아니라 공 끝의 움직임도 심하다. 여기에 옆에서 나오는 투구폼으로서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포크볼까지 던졌다. 물론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은 SK와 트레이드 협상 초기 리스트에 없었던 박현준이 들어가게 됐다.
박현준은 SK 시절 주로 불펜에서만 대기했다. 언제 등판할 지 모르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가 볼넷을 내주면 곧바로 교체되곤 했다. 그러나 LG 이적 후부터는 첫 경기부터 선발로 등판했다. 박현준도 "내가 LG에서 잘 던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구원이 아닌 선발투수로 등판하기 때문에 심적으로나 경기 분석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선수들 칭찬에 인색한 박 감독도 이날 만큼은 박현준의 피칭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박 감독은 "말을 아껴야겠지만…"이란 단서를 달고서는 "오늘 우리 선수들 모두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호투한 박현준은 아직도 가진 것이 더 있다"면서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 준비하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박현준 역시 "LG에 온 뒤부터 감독님께서 꾸준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내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신다고 들었다"고 말하면서 "감독님 말씀처럼 우승하기 전까지 만족하지 않겠다. 건방 떨지 않고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종훈 감독은 자신이 지명해 데려온 선수가 1년도 안돼서 팀의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모습에 흐뭇해 했다. 박현준도 자신을 믿어준 박 감독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우승'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더욱 더 발전하는 모습을 다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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