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은 투수와 포수 배터리와 끊임없는 수싸움을 한다. 초구에 직구가, 아니면 변화구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이 들어올지 고민한다. 특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풀카운트가 되면 타자, 투수, 포수 모두 머리가 복잡해진다.
요즘 잘 나가는 '쿨가이'박용택(32, LG 트윈스)도 머릿속 복잡한 상황을 맞았다. 박용택은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시즌 3차전 연장 10회초 2사 2,3루에서 두산 마무리 임태훈(23)과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해까지 박용택은 임태훈과 맞대결에서 21타수 8안타를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2010시즌에는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박용택은 지난해 임태훈의 적극적인 몸쪽 직구 승부에 당했다.

이 때문에 박용택은 이날 임태훈이 어떤 승부를 펼칠지 나름대로 추측했다. 그리고 박용택은 풀카우트 상황에서 예상했던 몸쪽 직구가 들어오자 0-0의 균형을 깬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날리며 4번타자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박용택은 경기 후 "사실 다른 투수였다면 유인구를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임태훈은 지금까지 내게 승부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항상 무모할 정도로 정면승부를 걸었다"면서 "특히 두산의 배터리는 내게 몸쪽 승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난 몸쪽 공을 예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박용택을 상대로 임태훈이 던진 공의 구종과 위치를 보면 박용택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임태훈은 박용택을 상대로 초구 127km 바깥쪽 커브가 손에서 빠져 볼이 됐다. 포수 양의지가 확연히 빠져 앉아 있었다. 2구 역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꽉찬 147km 직구를 던졌다. 3구도 134km 바깥쪽으로 흐르는 서클 체인지업에 박용택은 헛스윙을 했다. 4구, 5구 모두 바깥쪽이었다. 5개 모두 바깥쪽이었다.
그러나 볼카운트 2-2부터 코스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용택의 예상처럼 6구는 135km 몸쪽으로 떨어지는 원바운드성 포크볼이 왔다. 너무 일찍 떨어졌기 때문에 타격감이 좋은 박용택이 쉽게 골라낼 수 있었다.
이렇게 풀카운트가 되자 이순철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임태훈은 직구를 던질 필요가 하나도 없다. 조금 전과 같이 떨어지는 볼을 다시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용택의 예상이 맞았다. 임태훈은 7구째 박용택이 기다리고 있던 몸쪽에 144km 직구를 던지다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박용택은 "풀카운트까지 왔음에도 몸쪽 공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구로 몸쪽 직구가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하고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임태훈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승7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투수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박용택 역시 지난해 8번의 기회에서 안타가 하나밖에 없어 어떻게 보면 임태훈의 무모한 승부에 밀렸다. 그렇지만 지난해 7차례 실패를 통해 올 시즌 승부 패턴을 읽었고, 올 시즌 첫 대결에서는 박용택이 먼저 웃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