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승에도 웃지 않았다. 선수도 감독도 만족을 몰랐다.
SK '에이스' 김광현(23)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1피안타 5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2경기 연속 승리. 그러나 김광현의 얼굴에는 만족보다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볼넷 줄인 걸 빼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에이스가 아니다. 힘이 많이 들어가 볼 갯수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날 김광현은 직구 최고 구속 150km를 찍을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총 100개의 공 가운데 42개를 직구로 던진 가운데 슬라이더 40개와 커브 18개를 던졌다. 올해 새롭게 장착한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체인지업은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자신의 장기대로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승부했다. 덕분에 볼넷이 올시즌 들어 가장 적은 2개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광현의 9이닝당 볼넷은 평균 9.3개에 달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불만스런 모습이었다. 100개의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는 61개. 스트라이크 비율이 갓 60%를 넘었다. 스스로도 "컨디션이 별로였다.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올 시즌 최다 6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닥터K의 면모를 되찾았으나 여유있는 피칭이 아니었다. 4회이후 힘이 처진 모습도 있었다. 김광현은 "4회부터 힘이 떨어졌다. 그래도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김광현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였다. 그는 "어젯밤에 TV로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다시 봤는데 그때가 정말 좋았다. 그때 컨디션이 맥시멈이었고 최고였다고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그 중에서도 최고 경기를 일본과의 준결승전으로 꼽았다. 당시 경기에서 김광현은 8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 역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광현은 총 3경기에 나와 1승 평균자책점 1.23으로 위력을 떨쳤다. 14⅓이닝 동안 탈삼진은 12개였고 볼넷은 단 3개였다.
김광현은 "항상 베이징 올림픽 때를 생각하며 구위를 찾으려 노력한다. 지금은 그때랑 비교하면 너무 많이 떨어진다. '야, 진짜 좋다'고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다"고 스스로에게 숙제를 던졌다. 김광현이 3년 전 여름 구위를 회복하는 순간 프로야구 에이스 구도에는 또 한 번 변동이 찾아올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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