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엉덩이 쪽 관절인 고관절은 허리와 가까워 통증을 느끼면 척추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필자가 작년 겨울에 인공관절 수술을 직접 집도했었던 한 환자도 그런 경우였다. 20년 넘게 운수업에 종사한 이 환자는 평소 허리가 너무 아파 가까운 병원에 찾아 갔더니 척추 질환이라며 허리에 전자침을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차도가 없자 필자가 있는 척추관절전문병원으로 찾아온 것이다. MRI를 찍어 봤더니 필자가 예상한대로 허리가 아니라 엉덩이 관절인 고관절이 문제였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질환이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허벅지 안쪽과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을 때 사타구니에 통증이 생기는 고관절 질환이다. 발병 원인으로는 술과 스테로이드 남용이 주 이유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과도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는 30~50대 우리 한국 남성에게 많이 나타날 우려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외상으로 인한 대퇴골두 골절도 혈관 손상으로 인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불러올 수 있다.

▶ 잦은 허리통증, 허리디스크보다 고관절 질환 의심해야
그런데 문제는 엉덩이 관절인 고관절 질환이 아니라 허리 디스크로 착각하기 쉬워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 한다는 것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진행 단계가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면 통증이 무릎은 물론이고 허리까지 올라오기 때문이다. 또한 많이 걸었을 때도 허리에 뻐근한 통증을 느껴 환자 본인은 더욱 척추 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가 말기로 진입하게 되면 고관절이 심하게 아파 걸을 수도, 설 수도 없게 된다. 대퇴골 무혈성 괴사는 관절을 주저앉게 해 한 쪽 다리를 조금 짧아지게 한다. 이는 보행 활동 시 허리에 피로를 쌓이게 만들어 앞서 언급한 환자가 ‘허리 병’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주 원인이 된다. 그리고 일반 X-ray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MRI나 핵의학 검사(Bone Scan)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질환의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도 척추 질환으로 오인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단계별 치료법 적용해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진행 정도에 따라 1기, 2기, 3기, 4기로 나눌 수 있다. 비교적 초기 단계인 1~2기는 뼈에 구멍을 뚫어 새로운 뼈 생성을 통해 자기 뼈를 살릴 수 있는 대퇴골두 다발성 천공술(Multiple Drilling)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노력만 기울여도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끝낼 수 있으며, 인공 고관절 수술까지 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중기 단계인 2~3기는 표면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표면치환술은 손상된 관절 연골에 특수 금속으로 된 기구를 관절면에 씌워 관절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수술이다. 대퇴골두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뼈를 보존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말기 단계인 4기에서는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교체해주는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관절 질환에 수반되는 통증은 허리가 원인이라고 생각해 치료 방법을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이 심각하므로 전문병원에서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검사와 함께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관절전문 바로병원 이정준 원장